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본격적인 귀성전쟁이 시작됐지만 명절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사명감과 책임감 하나로 귀향까지 포기하면서 고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운전석을 지켜야 하는 인천도시철도1호선 운행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사들이다.

전라도 고창이 고향인 인천지하철공사 박성종(36)기관사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교대근무로 모든 기관사들이 연휴 기간 중에 조종간을 책임지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기관사(1일 90여 명)가 모두가 쉬는 명절에 가족들과 연휴라는 단꿈을 꾸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명절근무를 감수해야 한다.

지난 1999년 공채 1기로 입사해 송도연장선이 개통되는 내년 6월 꼭 10년째를 맞는 박 기관사는 명절 때 고향에서 차례를 지내본 것이 몇 번 안 된다.

“지난 10년 동안 가족들과 고향에 내려가 차례를 지내 본 것이 세 번 되나요. 명절 연휴 기간에 근무가 잡히면 미리 가족들과 고향에 가서 차례상만 준비하고 정작 차례를 지내지 못하고 돌아와야 해 어머님은 물론 가족들이 많이 서운해 합니다.”
박 기관사는 이번 추석 연휴에 14일부터 16일 오전까지 인천지하철을 운행한다.

가족들과 함께 못하는 명절근무는 일이 힘든 것보다 식사를 제때 못하는 것이 더 고역이다.

“명절에는 식당들이 모두 문을 닫아 어디 가서 식사할 때도 없어요. 점심에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만 오전에는 그나마도 해결할 방법이 없어 사장님이 싸 오는 떡으로 때우기 일쑤죠.”
그래도 박 기관사는 지치고 힘든 귀성·귀경길에 나서는 시민들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발이 돼 줄 수 있다는 것에 명절근무가 자랑스럽다고 한다.

“올 추석에도 인천지하철은 15일과 16일 이틀간 새벽 2시까지 임시 열차를 운행해 시민들의 귀경길을 지원합니다. 모두 쉬는 명절근무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시민들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을 운행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박 기관사는 계양구 귤현역에서 연수구 동막역까지 왕복하는 1시간 30분여의 지하철 운행을 안전하게 마친 후 조종석에서 나와 바깥 공기를 들이쉴 때가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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