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 때가 되면 급성 우울증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18년을 불꽃과 함께 살아온 송재광(45·인천남부소방서 신기 119안전센터)소방장은 올 추석도 어김없이 홀아비 신세가 돼야 한다.
추석 당일, 송 소방장은 특별경계근무를 서기 위해 119안전센터로 출근을 하기 때문이다.

직장 일에 충실할 뿐이라며 연방 인터뷰를 거절했던 그는 조심스레 추석 연휴를 보내는 소방공무원의 일상과 자신의 인생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송 소방장은 “아직까지도 가장 가슴 아픈 일이 가족행사 및 명절 등 친척들이 고향에 함께 모일 때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명절만 되면 거의 혼자일 때가 많아 간혹 심각한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소방공무원은 명절 때가 되면 지역 재래시장 등 다중이용업소의 특별점검, 화재 취약대상지역의 기동순찰 등 다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근무를 해야 한다.

추석 연휴의 일상을 얘기하며 아쉬움을 표했던 송 소방장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저처럼 홀로 남겨질 동료들과 함께 등산을 가는 것도 좋겠네요”라며 밝게 웃어 보였다.

인터뷰 내내 얼굴 가득 인자한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도 10년 전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소규모 창고건물에 화재가 발생, 운전요원인 송 소방장이 먼저 화재 현장에 도착해 불을 끄고 있을 때다.

“갑자기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마치 미사일이 날아오는 듯 굉음이 들리고 난 후부터는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더군요.”
휴대용 부탄가스를 보관하는 창고에서 불이나 수백여 개의 부탄가스가 연쇄 폭발했고 그 파편에 화재 진압을 하던 송 소방장이 머리 뒤쪽을 맞아 기절했던 것이다.

그는 “아직도 그때 일만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정성스레 담근 김장김치를 홀몸노인에게 줬던 사연도 들려줬다.

“동료들과 함께 몇 백 포기가 넘는 김장김치를 담가 인근 어르신에게 직접 배달해 드렸는데, 한 분 한 분 찾아 뵐 때마다 눈물을 흘리시며 제 손을 꼭 잡아 주시더군요.”
삶과 죽음의 문턱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넘나드는 18년차 베테랑 송 소방장.
그는 “부족한 남편을 위해 응원을 아끼지 않는 아내와 저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아버지로 여겨주는 사랑스런 두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며 대한민국 대부분의 아버지가 그렇듯 가족 앞에서는 항상 든든한 가장이고 싶은 바람을 전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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