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동차 정책은 여러 지역의 특성을 벤치마킹해 우리 것으로 만들어 특이한 특색을 갖추고 있다. 우리와 문화적 특성과 먼저 밟은 시행착오를 일본이 해주어 가장 많이 벤치마킹하는 국가가 됐다. 하나하나가 고개를 끄떡일 정도로 훌륭한 제도가 많다. 미국은 글로벌 개념을 접근하기 좋은 제도다. 세계적인 마케팅 측면에서도 그렇고 세계 시장의 기준을 제시하며,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해야 함을 미리 인지시켜 주는 모델이기도 하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몸에 밴 절약 정신과 관습을 중시하는 실사구시적 측면의 제도가 많아 또한 벤치마킹 대상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장점을 섞어 만든 게 우리 제도다. 이러다보니 외국에서 우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쪽을 해결하면 저쪽 조건이 까다롭고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편함이 외국에서는 무역 불균형을 초래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라고도 하지만 솔직하게 국내 시장을 보호해 준 역할이기도 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주로 일본형의 기반 조성을 위한 제도와 미국의 세계 경향의 제도를 선호하고 기반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만큼 유럽형의 제도는 우리와는 가장 동떨어진 특성이 강해 참조로만 끝나는 경향도 많았다. 최근 한·유럽FTA의 마지막 협상 중 관건의 하나가 바로 자동차 표준이나 세제 등인 것도 이러한 흐름과 다르지 않는다. 최근의 고유가 시대는 자동차의 흐름을 바꾸어 놓고 있고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제도도 당연히 바꾸어야 하는 시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가 소홀히 하는 유럽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지고 있다. 크게 나열하면 연료적 측면에서 경유, 장치적 측면에서 수동변속기, 사용자의 측면에서 경차 등 세 요소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경유를 보자. 최근 경유가가 휘발유가와 비슷해지면서 경유엔진을 사용한 승용차와 SUV의 판매가 곤두박질치자 메이커에서는 경유엔진을 휘발유엔진으로 교체한 SUV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메이커도 문제지만 당장 조금 저렴하다고 생각한 휘발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짧은 소견으로 생각한 결과다. 유가, 고장빈도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차량이 바로 경유차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 차원의 경유차에 대한 환경부담금 등 시대에 맞지 않는 세제 정책 등이 더욱 경유차에 대한 구입을 방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고려하기 시작한 환경부담금 제도의 삭제도 중지된 것을 보면 더욱 걱정이 된다. 일본 역시 경유차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좋지 않지만 정부 차원에서 경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한다는 뉴스는 우리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분명한 것은 경유엔진 및 경유차는 현시대에 맞는 친환경 엔진 및 차량이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 정부 차원의 전향적인 방향 전환을 촉구한다.

둘째, 수동변속기 사용이다. 현재 중형차 이상의 차량에는 자동차변속기가 99% 이상 장착돼 있다, 도리어 중형차 이상의 경우 수동변속기를 장착하려고 하면 옵션으로 신청해야 하고 어느 기종은 아예 선택사양조차 없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 등의 영향으로 수동변속기 차량을 싫어하는 사회적 경향도 발생했고 메이커의 수익을 위한 자동변속기 선호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만든 ‘자동차변속기 운전면허’ 제도도 한 몫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차량을 선호하고 이제는 수동변속기 차량을 한 단계 아래로 보는 나쁜 풍습도 나타나고 있다. 유럽의 최고급 차량에 탑재된 수동변속기 사용이 범용화돼 있는 경우와 매우 비교된다. 수동변속기는 고유가 시대에 가장 적절한 고연비와 저이산화탄소 배출, 내구성 증가 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메이커의 각성은 물론 정부 차원의 ‘자동변속기 운전면허’ 제도의 폐지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셋째, 경차 사용이다. 올 들어 고유가로 경차의 사용량이 6%를 넘어서고 있고 경차를 받기 위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경차 혜택을 주고 있는 우리나라지만 본인이 항상 언급하는 바와 같이 고속도로 10~20%의 통행비, 고속도로 및 버스 전용차로 주행, 공영주차장 무료 등 더욱 파격적인 지원을 해 경차 비율을 15%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두 대 중 한 대가 경차인 경차천국 유럽이 부럽기까지 하다. 현재와 같이 고유가와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형의 정책 검토는 시대에 걸맞는 중요한 사안임을 명심하고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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