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외국에 유학 보내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국민들이 남의 일로만 여겼던 ‘환율 폭등’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먼저, 국제유가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이 유가하락을 체감하지 못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는 것. 국제유가는 지난 7월 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최근 절반에 가깝게 떨어졌는데도 국내 주유소의 기름 값은 10%대 하락에 그쳐 12일 현재 인천지역 주유소의 평균 판매가격은 휘발유는 1L에 1천721원, 경유는 1L에 1천625원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 유가가 아닌 국제 상품가에 따라 연동돼 환율 상승에 따라 원유 도입가가 올라 어쩔 수 없다”며 주장한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름 값을 올릴 때는 제 때 올리더니, 내릴 때는 찔끔찔끔 내린다”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가파른 환율 상승은 장바구니 물가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생태를 비롯해 수입산 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고 게다가 수입업체들이 급등한 환율을 감당하지 못해 수입을 속속 미루고 있어 공급 부진에 따른 수산물의 가격은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열대 과일 중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사랑받았던 바나나도 가격이 크게 뛰었고, 호주산 수입육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생활용품 중에는 보온병, 냄비, 주방잡화용품 등 주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수입되는 제품들도 환율의 영향을 받고 있다.
여행업계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 대형 여행사들은 “환율 급등으로 인한 경영 압박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달 말부터 출발하는 해외여행 상품에 대해 가격을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멜라민 파동’과 더불어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경제가 독한 감기를 앓고 있는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지구촌’이란 말을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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