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친구들과 뛰어놀며 보낸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향 동네를 얼마 전 아주 오랜만에 찾았다.

아직 개발의 여파가 미치지 않아 들어가는 초입을 제외하고 동네는 그 때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집사람과 아이들의 손을 잡고 여전히 지저분하고 보도블록이 이리저리 튀어나온 골목길을 따라 옛집을 찾아가는 양 옆에 늘어선 집들도 30년 가까이 지난 시간인데도 아직 그대로다.

우리의 부모들이 6·25전쟁을 피해 황해도며 평안도 등 이북 각지에서 피난 내려와 정착한 산동네에 바람을 막기 위해 얼기설기 지은 집 그대로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모습 그대로 지키고 있다.

지금 다시 가 본 골목길은 어깨가 닿을 듯 좁아졌지만 그 때 그 집들 사이에 난 비좁은 골목길은 숨바꼭질이며 사방치기, 구슬치기, 딱지치기를 하기에 전혀 비좁지 않았고 밤이면 친구들과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골목 끝에서 달과 별을 보며 꿈을 키웠던 곳이다.

골목길 초입에 자리 잡은 또다른 골목길은 그 때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밤에 그 길을 지날 때면 당장 귀신이 튀어나와 뒤꼭지를 잡을 것 같은 두려움에 지금도 몸서리쳐지는 그 골목길도 그대로다.

그때 그 시절만큼 커버린 아이들은 좁고 더러운 골목길에 눈살을 찌푸리지만 세월이 나를 키웠음에도 더 낡고 더러워지긴 했지만 아직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그 골목길과 집들에 엄마의 품 속 같은 포근함을 느낀다.

이제 그 골목길도 개발열풍에 곧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나의 삶 일부분이 도려내지는 것 같은 아픔이 느껴진다.

곧 사라질 그 골목길을 이번 주말에 집사람과 아이들의 손을 잡고 다시 한 번 찾아가 마음속에 깊이 각인하고 와야겠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