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석용 객원논설위원/경제학박사

 1961년 어느 겨울날, MIT대학의 기상학자 로렌츠는 하나의 기상예측 결과를 좀더 면밀하게 검토하기 위해 간편한 방법을 선택했다. 기상예측방정식에 의한 계산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고 이전의 출력 결과를 보고 중간 수치를 컴퓨터에 타이핑해 넣었다. 이러한 새로운 계산의 결과는 당연히 이전의 것과 일치해야 할 것이다. 프로그램이 바뀌지 않았고 입력 내용이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계산 결과는 서로 명백하게 다르게 나타났다. 처음에는 유사하게 출발하던 예측 그라프가 몇달 뒤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에도, 입력에도 문제는 없었다. 다만, 문제는 그가 타이핑한 숫자들에 있었다. 컴퓨터의 기억장치에는 소수점 이하 6자리, 즉, .506127까지 기억돼 있었지만 중간부터 계산할 때에는 1천분의 1 정도의 차이는 의미가 없다고 보고 반올림한 .506만을 입력했던 것이다. 특정한 방정식계에서는 아주 미세한 오차가 대단히 큰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카오스 이론’이 등장하게 되는 계기이고, 이 이야기는 소위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는 말로 더 널리 알려지게 됐다. 로렌츠가 이러한 계산을 할 당시 기상예측 방정식은 12개 정도였던 것이 오늘날 기상예측용 슈퍼컴퓨터는 50만 개 이상의 방정식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도 오늘까지 인간의 일기예보 능력은 단 몇주 후를 예측하지 못한다. 오히려 방정식이 많아질수록 나비효과는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에도 무척 많은 예측 모델이 있다. 날로 발전하는 통계기법에 의해 만들어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라프들과 회귀 방정식들이 있다. 근본적으로 인류의 일기예보 방식이나 경제예측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관측하고 모델화하고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생략한다. 생략하는 기술이 위험성을 내포하기도 하지만 생략하지 않고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비선형적인 우연한 현상들을 함수식으로 만들어 낼 수도 없다. 결국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기술의 범위 내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실제와 같은 예측 모델은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예측이 장기적일수록 실패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거의 숙명적이다. 이따금 장기적인 예측을 적중시키는 인사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대개 행운이거나 확률의 문제일 뿐 완벽한 논리적인 결과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류가 내일의 예측을 포기하고 살 수도 없는 일이다. 할 수 있는 한까지는 계산에 의존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도 없고... 그래서 인간들은 컴퓨터를 발전시키고 거기에 목숨을 건다. 미국발 금융위기도 결국 그런 컴퓨터 예측의 결과물이다. 월가에 근무하는 모든 인간들이 출근과 동시에 하는 일이 컴퓨터를 켜는 일이다. 그리고 끝도 없이 교묘한 계산에 매달린다. 이번에 사고를 친 그 많은 금융상품들이 모두 그렇게 교묘한 계산을 거쳐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돈 없이 돈 버는 방법, 남의 돈으로 내 돈 만들기, 가급적 노력 안 하고 떼돈 벌기... 그리고 당연히 이런 수학적인 작품들은 나비효과의 함정을 만들 수밖에 없다. 수학 공식 속에 흥분이나 허풍, 위기의식, 가치판단 따위 주정적인 요소를 담을 수 있는 방법을 인간은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러나 사고는 항상 이러한 정서적인 영역 속에서 발생하고 확대되는 법이다.
세상이 긴밀하게 서로 연결되고 연결 구조가 복잡화할수록 컴퓨터에 대한 의존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당연히 통제되지 않는 카오스 상황의 대형화와 발생빈도의 증가를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수학적, 물리학적인 갭은 인간의 직관과 통찰로 조정하고 메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경제정책의 수립 시행자가 만날 컴퓨터 앞에만 앉아서 “펀더멘탈” 타령이나 하고 앉아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국민들의 근로에 대한 의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그들의 나라에 대한 애정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장기적으로 최소한의 먹을거리는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인지, 뛰어난 재주와 상품들이 나라 경제에 편입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것들에 대해 컴퓨터는 많은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나라의 살림을 짐진 사람이라면 컴퓨터와 수학의 눈으로만 경제를 바라보지 말고 인간의 눈으로 경제를 살펴줄 것을 권고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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