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하철 개통 이후 인천터미널역에 들어서기 시작한 임대시설 중 신문판매소가 있다. 한쪽 팔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 운영했는데 가장 이용인원이 많다는 역인데도 수입이 없다며 전전긍긍했다.

어느 날 한 신문보급소에서 터미널역 손님들에게 무료로 신문을 나누어 주겠으니 장소를 협조해달라며 찾아왔다. 나는 신문판매소가 있어 역구내에서는 절대 안 된다고 거절했고 그들은 다른 곳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시범운영한 무료신문이 지하철 이용객들에게 인기를 끌자 그들은 수도권 전역 출입구에 무료신문을 비치하고 마구 나눠주기 시작했다. 신문이 가장 많이 팔려야하는 출근시간대에 승객들은 보통신문보다 작고 읽기 편한 무료신문을 들고 즐거워했고 신문판매소는 더 울상을 지었다. 2002년 여름의 일이다.

6년이 지난 지금, 무료신문을 들고 즐거워하던 승객들이 이제 무료신문으로 인해 눈살을 찌푸려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전국 지하철 운영기관들 역시 매일 300만 부 이상 뿌려지는 무료신문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신문수집이 생계수단이 되면서 출근시간대면 버려진 신문을 서로 가져가려는 노인들 때문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기 때문이다.

선반 위 신문을 서로 가져가려고 몸싸움을 하고 전동차 한쪽에 챙겨놓은 신문을 슬쩍 집어가려던 노인과 이를 챙겨놓았던 노인 사이에 고성이 오간다. 또 노인들은 서 있는 시민들을 쿡쿡 찔러 선반위 신문을 내려달라고 하는가하면 자는 사람을 깨워 신문을 달라고 한다.

이렇게 신문을 먼저 수거하려고 밀치고 지나다니면서 승객과의 싸움도 종종 발생해 출근길이 더 지옥철이 됐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하지만 무료신문이 존재하고 또 생계를 위해 그것을 수거하는 노인이 있는 한 이를 막을 대안이 없다는 것이 더 큰 고민이다.

연초 서울메트로는 민원해결을 위해 ‘무료신문 수거인 인증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수거원 180명을 선발해 유니폼을 입히고 일정한 시간대에만 신문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인증받은 이들에게 출근시간대 외 수거를 명시하는 바람에 다른 노인들이 출근시간 대에 더 몰리는 부작용을 낳았고 또 수거원들조차 신문을 한 부라도 더 걷어가기 위해 시간과 구역을 어기면서 얼마 못 가 폐지됐다.

이 제도가 폐지되고 오히려 신문을 경쟁하듯 수거하려는 노인들만 급증하자 지난 9월부터는 ‘기초질서 지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하철 내 선반에 신문을 올려놓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스티커를 부착하고 승강장 계단입구나 개표구 등에 신문수거함 300여 개를 설치했다. 그러나 캠페인 또한 별 효과가 없었고 되레 수거함까지 뒤지며 싸우는 노인들만 늘었다.

설상가상으로 한 무료신문의 경우 기존 무료신문과 달리 서울메트로와 5년간 무인홍보대 계약을 하고 지하철역 내까지 들어오는 공격적 마케팅을 하면서 오랫동안 무료신문의 폐해와 불법성을 알려왔던 대책위원회와 무료신문으로 인한 생계위협을 주장해온 가판업자들은 무료신문 규제 입법 청원도 진행 중이다.

무료신문의 등장은 2003년 광고계 10대 뉴스에 선정되는가 하면, 삼성경제연구소가 네티즌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10대 상품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또 지난 10월 미디어트렌드 조사결과 무료신문은 강력한 보급ㆍ유통망과 틈새시장 공략으로 대중교통 이용자들에게 가장 선호되는 인쇄매체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인천지하철은 3년 전 전동차 내부를 불연재로 모두 교체하면서 선반을 없앴다. 전동차 선반이 없으니 쓰레기나 유실물도 줄었고, 우발적으로 선반위 신문에 불을 붙이는 사고 우려도 없어졌다. 선반이 없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많았는데 요즘 같은 때에는 승객들이 오히려 무료신문과 관련한 불편에서 벗어나 보인다. 그런저런 이유로 인천지하철은 무료신문으로 인한 민원이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에 일상적인 모습이 된 무료신문들은 기껏해야 10분에서 한 시간 정도의 수명을 마치고 쓰레기가 되지만 이것이 생계수단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다툼거리가 되고 있어 안타깝다. 지하철 무료신문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갖든 이용객 모두에게 정보는 물론 즐거움까지 선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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