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

교통법규를 위반하고도 부과된 범칙금을 내지 않아 미납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운전자들의 땅에 떨어진 준법의식이 도마위에 올랐다. 이는 현행법상 운전자가 무인단속기에 속도위반으로 적발됐을 경우 기간내 납부하면 6만 원의 범칙금과 함께 15점의 벌점을 받아야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기간을 넘기면 과태료로 전환돼 벌점은 소멸되고 1만 원의 가산금만 더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벌점누적에 따른 면허정지 또는 보험료할증 같은 불이익도 사라지다 보니 납부기한을 고의로 넘기기가 예사이며 당국 또한 이 같은 법의 문제점에 대해 여전히 시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안내고 버티면 된다’는 식의 의식이 만연돼 가고 있으며 이렇게 미납된 과태료가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올 9월 말 현재까지 과속 등의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부과된 범칙금을 미납한 사례는 538만여 건(3천60억여 원)에 달하고 있다. 위반유형별로는 속도위반이 459만 건을 넘은 가운데 신호위반에서부터, 고속국도 전용차로·갓길위반, 중앙선 침범 등에 이르기까지 만연돼 운전자들의 그릇된 의식을 짐작케 한다. 범칙금의 납부가 이처럼 저조한 것은 무인단속기 등에 적발돼도 범칙금이나 과태료는 즉결심판에 회부되지 않은 데다 늦게 내더라도 가산금 등 별도의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운전자들은 이미 버티기로 일관하다 자신의 차량을 팔거나 폐차하는 시점에서 마지못해 납부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분명한 것은 어떠한 경우든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며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법을 위반하고도 버티기로 일관하는 운전자들도 문제지만 법의 맹점을 방치해 준법의식을 떨어뜨리고 있는 당국 또한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안전띠 미착용이나 신호위반 등으로 교통경찰관에게 현장에서 적발돼 발부되는 범칙금은 기한 내 미납 시 가산금이 부과되고 그래도 납부하지 않으면 즉결심판에 회부되기 때문에 납부 실적이 상당히 나은 편만 보더라도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물론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겠으나 법을 위반하고도 법의 맹점을 교묘히 이용하려는 행위는 단죄돼야 한다. 당국 또한 문제있는 법을 방치해 부작용을 자초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을 주문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