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008년은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2007년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올해도 똑같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동반 우승으로 2연패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SK의 2연패 달성은 시즌 중반부터 전문가들이 점쳤지만 정규시즌 2위 두산과 13게임이나 차이 날 정도로 월등한 기량으로 우승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올 정규시즌 126경기 83승(43패)으로 정규시즌 우승, 한국시리즈 두산을 상대로 4승 1패로 지난해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한 SK의 저력은 과연 무엇인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SK를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2연패로 이끈 원동력을 선수들(투-타 밸런스, 집중력, 경기수행능력), 감독의 지략, 구단의 분위기 조성 등으로 나눠 살펴본다.

 
 # 선수들(투-타 밸런스, 집중력, 경기수행능력)

   
 

올 한국시리즈에서 봤듯이 SK에서는 탄탄한 투수진 운영이 올 시즌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올 시즌 가장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선발 김광현(21)이다. 김광현은 올해 총 27경기에 등판, 다승(16승)과 탈삼진(150탈삼진)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방어율(2.39)과 승률(8할) 등에서도 기아 윤식민(23)과 같은 팀 채병룡(27)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선발과 함께 SK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것이 바로 불펜진이다. 올해 SK에서 가장 많이 등판해 단단하게 허리의 핵으로 떠오른 정우람(23). 정우람은 전 구단에서 가장 많은 85경기에 등판해 25홀드로 홀드부문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정우람과 같이 윤길현(14홀드), 조웅천(13홀드) 등도 10위권 안에 들어 전 구단에서 가장 단단한 허리진을 자랑했다.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나온 불펜진은 정우람, 윤길현(25), 조웅천(38), 이승호(28), 이영욱(29) 등이 매번 기용돼 5차전까지 SK가 두산에 내준 9실점 중 불펜진은 단 3실점에 그쳤다.

특히 주장 김원형(37)은 불펜으로 올 시즌 총 42경기에 등판, 12승(4위)으로 다른 여타 선발진보다 많은 승을 거뒀고, 승률도 6할6푼7리로 7위를 차지하는 등 SK 특유의 마운드를 뽐냈다.

단단한 마운드와 함께 SK 타력도 걸출한 거포는 없었지만 끈질긴 집중력과 빠른 발, 완벽에 가까운 작전수행능력, 탄탄한 조직력 등이 타 구단보다 앞서 이번 우승의 발판이 됐다.

   
 
올 시즌 SK의 방망이를 보면 1천222개 안타(1위)와 함께 632득점(2위), 89개 홈런(4위), 타율 2할8푼2리(1위), 170도루(2위) 등 고른 성적을 기록했다.

올 시즌 모든 타격 부문에서 단 한 개도 1위를 차지한 선수들은 없지만 이렇게 팀 성적을 비교해 보면 선수들이 하나가 돼 서로 단결해 팀플레이를 통한 경기를 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개인기록도 중요하겠지만 개인보다 팀 성적을 우선시 한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2연패의 밑거름이 아닌가 싶다.

또한 SK는 모든 선수가 최소 2가지 이상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외야수인 이진영이 1루 수비를 보고, 내야수인 정근우가 외야수를 맡는 식의 멀티플레이어들이 많아 작전을 위해 어떤 선수를 어떤 수비 위치에 둬도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올 시즌 중 투수 조웅천이 팀 작전을 위해 외야수로 나갔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SK는 김성근 감독을 주축으로 주전선수 하나 없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저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못다 이룬 아시아시리즈 우승 도전으로 또 한 번 전 국민을 야구열기 속에 빠뜨릴 날을 기다리고 있다.

 # 김성근 감독의 지략

SK의 야구를 지켜보면 선수들의 능력과 함께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저런 선수들을 어떻게 만들었으며, 어떻게 팀을 2연패라는 반석에 올려 놓았을까’하는 물음에 ‘또 다른 무엇이 있을 것이다’라는 궁금증.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SK는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의 지략과 함께 ‘지피지기 백전불패’라는 말처럼 정보의 철저한 분석과 실전 적용이 가장 큰 힘이 됐다.

통계를 통한 한발 앞서 먼저 자리잡은 수비, 상대 전적과 컨디션에 따른 맞춤식 불펜 운영과 선발 엔트리 구성, 상대팀 선수들의 버릇 등 철저한 상대 팀의 전력 분석으로 짜는 작전이 SK의 야구다.

데이터를 신봉하는 김성근 감독의 야구 원칙은 두산 김경문 감독과 달리 한국시리즈 내내 철저한 정공법을 구사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좌완 이승호를 5경기 모두 좌타자 타석에서 구원등판시켰다. 이승호는 5.2이닝 동안 무려 9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이 같은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또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주전 마무리 정대현 대신 좋은 구위를 선보인 선발 채병용을 4차전과 5차전에 스토퍼로 등판시키는 등 팀 내 원투 펀치 중 한 명을 마무리로 돌리는 파격적인 용병술이 큰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또한 한국시리즈에서 SK가 보여준 힘은 ‘정곡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내외야 수비 위치를 옮겨 포수 박경완의 영리한 볼 배합과 맞물려 상대 타자들의 타구 방향을 미리 예측하는 야구가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한국시리즈 5차전 8회말 무사 1, 2루의 실점 위기에서 박경완은 자리에 일어나 무언가의 사인을 선수들에게 보냈고, 곧바로 선수들은 조금씩 수비 위치에 변화를 줬다.

이후 두산 홍성흔이 외야 깊숙한 타구를 날렸고, 그 볼을 따라간 중견수 조동화는 다이빙과 함께 그 볼을 잡아냈다. 또 다음 타자 오재원의 타석 때도 박경완을 다시 자리에 일어나 사인을 보냈다.

오재원의 타구는 좌익수를 보고 있는 박재상에게 날아갔고 그 공을 박재상은 여지없이 처리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SK 관계자는 “플레이오프 때 두산 타자들이 합계 50개의 안타를 쳤다면 우린 그걸 반으로 줄인다는 기본 목표를 세웠다”면서 “두산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올 때와 카운트가 몰렸을 때에 따라 시프트 방향,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빠진다 싶으면 우리 야수들이 점점 왼쪽으로 옮기는 등 철저한 분석을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데이터 야구의 신봉자인 김성근 감독은 매 경기에 앞서 선발라인업 작성에 고심의 고심을 한다.

선수의 최근 성적과 컨디션, 상대팀 선발투수와의 상대 전적, 주간 혹은 야간경기, 날씨 등 수도 없이 많은 변수를 모두 감안해 선발 엔트리를 짜는 것은 기본, 여기에다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용시키는 것은 김 감독만의 설명하기 힘든 특급 노하우다.
오죽하면 SK팬들은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다음 경기 선발 엔트리 예상을 일종의 놀이처럼 즐길 정도였다.

경기가 끝난 후 홀로 감독실에 남아 다음 날 엔트리를 짜는 ‘밤샘 오더 짜기’는 김 감독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고, 올 시즌 126번의 경기를 치르면서 전날과 같은 엔트리를 제출한 것이 단 7번에 불과했을 정도로 철저했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끊임없는 엔트리 변화는 1~2명의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하지 않고 팀워크로 똘똘 뭉친 SK의 한국시리즈 2연패라는 영광의 원천이 된 것이다.

 # 구단의 관중 동원으로 인한 분위기 조성

SK가 2연패를 하는 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못지않게 한몫 톡톡히 발휘한 장본인이 바로 구단의 관중 동원을 위한 국내 최초 프로스포츠에 도입한 ‘스포테인먼트’.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해 고객의 행복 실현을 추구하는 ‘스포테인먼트2.0’을 선언하고, 놀이공원, 멀티플렉스 등과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경쟁을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대비 15%, 지난 2006년 대비 128%라는 폭발적인 관중 증가를 가져왔다.

먼저 SK는 야구장을 야구 관람만 하는 경기장(Stadium)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재미와 즐거움이 가득한 복합문화공간인 ‘야구공원(Ball Park)’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시즌 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중을 위한 와이번스랜드를 국내 최초로 어린이 열차인 트램과 에어바운스가 설치된 어린이 놀이공간 키즈존과 먹을거리와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으로 재구성했다.

   
 

또한 야구장을 야구와 공연, 테마파크 이벤트가 공존하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신선한 시도를 해 매월 마지막 홈 경기에 미니 콘서트 ‘파크 오브 락(Park of 樂)’과 토요일 홈 경기 종료 후 경기 승패와 관계없이 ‘테마가 있는 불꽃축제’를 실시하면서 팬들이 복합문화공간인 야구장에서 하나가 돼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난 2006년 28명의 연간회원으로 모집했던 SK는 스포테인먼트를 실천하기 시작한 지난해 1천248명의 연간회원을 모집했고, 올 시즌에는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다인 무려 4천36명의 연간회원을 모집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와 함께 프로야구의 근간인 유소년 야구의 저변을 확대하고, 미래 고객을 창출하기 위해 연인원 1천500명의 국내 최대 규모 ‘행복나눔 야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SK는 2년 연속 한국표준협회 주관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프로야구 구단 1위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스포테인먼트’의 물결이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임을 보여줬다.

특히 관중 동원에 있어서도 지난 9월 14일 문학 한화전에서 지난 시즌 세운 인천 연고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하고, 9월 24일 문학 LG전에서는 인천 연고팀 최초로 70만 관중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올 정규시즌 총 75만4천247명의 관중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5%, 2006년 대비 128%의 폭발적인 증가를 보여주는 괄목한 성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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