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헌 인천남중 교장
 매년 실시되는 결실의 계절 10월 전국체육대회!  꿈 많은 어린이들의 축제이며 꿈나무들의 잔치인 5월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온 국민을 사로잡는다. 대한체육회의 후원과 각 시·도별로 순회하며 이러한 역사의 장을 펼친다. 매번 느끼는 일 중 하나이지만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어느 시·도는 쉽게 경기장을 찾아 갈 수 있도록 안내판과 화려하게 단장된 꽃들이 있고, 어느 지역엔 축제를 하는지 안 하는지 안내판이 보일듯 말듯 외부에서 오는 손님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래서 내비게이션이라는 기계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우리 마음을 조금은 아프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선수들은 이러한 축제를 위해 빠르게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날들을 땀 흘리며 손꼽아 기다려왔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뒤엔 학부모들의 보살핌도 적지 않다.
이겨라! 이겨라! 응원하며 함께 경기장이 떠나가도록 목청이 터지도록 소리를 질러본다. 학생들을 위한 응원과 각 시·도의 승리에 목숨을 걸고 소리 높여 응원한다. 패하면 패한 대로 이기면 이긴 대로 그러나 패 한자의 아픔과 서러움을 맛보지 못한 사람은 말할 자격도 없다.
올림픽정신은 참가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오직 승자에게만 갈채와 박수를 보낸다. 패자에게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승자도 패자도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다 함께 노력했건만 패자의 아픔을 위로하는 글은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다. 밤새워 이야기해도 격려와 위로는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정말 한숨만 나고 답답할 뿐이다. 선수나 지도자 모두 다 그냥 어디론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찾아 조용히 숨고 싶을 뿐이다. 응원 온 수많은 사람들의 질타를 피하고 싶을 뿐이다. 오직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이름 모를 수없이 많은 밤하늘의 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울고 또 울며 그 시간 그 경기장을 연상하며 반성하고 자신을 질타하며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본다. 혼자만의 서글픈 시간을 달래가면 어느새 나만의 위로와 또 알 수 없는 내일을 조용히 기약해 본다.

과연 금메달만 최고이며 최고의 자리일까? 우리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대회에 출전한 선수 모두가 우승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지금 초·중·고교에서 교사의 지도를 받고 땀 흘리고 있는 꿈나무들도 모두 미래의 예비 우승자요 우승후보자들이다. 이런 예비 우승후보자를 육성하고 있는 시점에서 오늘의 영광보다 패한 운동선수를 육성해온 학교장과 지도교사들에게는 어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지 않는가?
언론에서조차 패한 일선학교 지도교사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글은 찾아 볼 수 없다. 우수 선수가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수없이 많은 시간을 머리를 쥐어짜며, 애간장을 태우며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서 만들어 낸 하나의 명품인데 말이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다음을 기약하는 것도 조금은 패한 자에게 주는 사랑의 인센티브가 아닌가? 그들에게도 불가능보다 무한 가능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어느 선수의 메달은 전용 훈련장도 없이 눈치를 보면서 더부살이를 하면서 변변치 못한 훈련장에서 역사를 바꾸어 내지 않았나? 훈련장에서 선수자신의 끊임없는 노력과 피눈물 나는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고 지도자들의 집념어린 열정이 만들어낸 결실이기에 더욱 값졌다. 가족도 멀리하며 휴일도 모두 반납한 채 이날의 영광을 맛보고 이날의 금쪽같은 메달사냥을 위해 온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서 일까? 안하겠다고 하는 운동을 부모님과 선수를 만나 설득하고 달래가며 은근과 끈기로 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그 아름다운 영광의 얼굴들은 100분 1, 아니 1천 분1, 아니 100년에 하나둘 나올까 말까하다. 성공한 사람은 최고의 자리에 앉았다고 하지만 그 명암 뒤엔 실패한 선수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들에게 위로의 박수와 희망을 안겨주자. 학교체육은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다. 핵가족도 문제지만 인기 종목은 선수들이 넘치고 비인기종목은 선수들이 줄고 있으니, 아무튼 학교체육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본다.

오늘날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체육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지도자를 위한 안정된 생활과 학교체육에 대한 의식 전환이 필요하며 중·장기적인 발전 계획과 추진과제가 요망된다. 그 동안 체전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과 관계자 모두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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