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0일 열린 전국체육대회에 나는 경기도배구협회 홍보이사로 다녀왔다. 매우 감개가 무량했다. 선수로서가 아니라 선수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한편, 선수들을 이끌어 주는 이사로 체전 참여는 또다른 어깨의 무거움을 느끼게 했다. 나는 흐뭇함과 감사함으로 여러 경기장을 돌아다녔다.

개회식은 여수 진남경기장에서 거행됐다. 찬란하고 힘찬 개회식이었다.

최종 봉송주자가 경기장에 입장할 때는 환희의 도가니였다. 거리가 820.9km에 총 주자가 710명이 수고한 마지막 결실이라고 생각할 때 그 수고에 감격을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감격의 갈채와 환호를 받으며 최종 봉송주자는 성화를 지펴 올렸다. 하마터면 박수를 정신없이 치다가 나는 눈물을 떨굴 뻔 했다.

체육인들뿐 아니라 전 국민의 성대한 잔치였으므로 성대할 수밖에 없었다. 각 시·도를 대표하는 선수와 임원 3만여 명이 참가해 62개 경기장에서 치룬 각종 경기는 치열했다.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온다’는 체육의 기본 정신에서 선수들과 임원들은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됐다. 스포츠정신으로서 그들은 정정당당하게 승패(勝敗)보다도 깨끗한 경기를 치루는 데 힘을 다 했다.

배구, 육상, 수영, 축구, 레슬링, 유도, 권투 등 42개 경기종목들에 참가한 선수들과 임원은 건강한 웃음을 잃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

나는 임원으로서 그들에게 감격했고, 감사했다.

나는 배구협회의 홍보이사와 상벌위원이라는 직책으로 오랫동안 뒷전에서 보람 있고 궂은 일을 맡아왔는데 막상 많은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니 한편으로는 쑥스럽지만 흐뭇하고 감사한 마음은 한량 없었다.

매사가 그러하듯이 행사를 위해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이 행사를 빛내주는 분들이 많았다. 대개의 사람들은 미처 염두에 두지 않는 숨은 공로자들이 있다. 치안을 위해 곳곳에 배치된 경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한 소방과 한전 측과 수도 관계자들….
그들 중에서도 경기장 도우미로 봉사하는 5천여 명의 인원에 대해서는 그 헌신과 노고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많은 관계자들이 수고하는 가운데 치러지는 경기는 워낙 많은 종목과 인원인 관계로 전남지역의 우수한 경기장을 택해야 했다. 그래서 내가 소속된 배구경기는 목포에서 열렸다.

개회식을 마친 여수에서 우리는 여러 경기장을 돌면서 다른 종목의 선수들을 격려했고, 차로 목포를 향해 달렸다.

사실 목포는 나 개인으로서는 관계가 깊은 곳이었다. 내가 청소년기를 보낸 고장이기 때문에 오랜만에 찾는 이 고장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김제평야를 지날 때는 황금물결이 이는 논에서 추수가 한창이었다.
감개가 무량하면서도 한편으로 우리들에게 양식을 주는 농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문득 일어났다.

이 감사한 마음은 목포항 연안에서도 일어났다.

우리 임원들은 다음 날 경기를 치룰 일을 얘기하며 식사를 마쳤고, 연안에서 시원한 바람을 쏘이고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는 시각에 멀리 조업을 하는 어선들을 바라보며 나는 우리들의 밥상에 생선을 올려주기 위해 수고하는 그들에게 감사를 했다.
모든 것이 감사하는 일뿐이었다. 그리고 영광(榮光)이었다.

우리 경기도는 7연패를 달성했고, 내가 소속된 배구는 우승을 했다.

배구협회의 이세호 전무를 비롯한 임원들과 지도자, 그리고 선수들의 노력의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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