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태(사단법인 인천사연구소 이사장/인하대 강사)

 누구라도 지적하듯이 올 한 해 인천은 도시 전체가 공사판과 같은 모양이다. 그런데 그 공사판에 덧붙여 거리 곳곳마다 보도블럭 교체 공사가 한창이다. 이 모습을 보면서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던진다. “연말이 다가왔나 보네.” 언제부터인가 시민들은 보도블럭 공사를 보면서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것을 거리의 크리스마스 캐롤이나 구세군의 자선남비 종소리가 아니라 공사판을 통해 느끼게 됐다.
참으로 해괴한 일이다. 어째 보도블럭 공사는 연말이 다가오는데 해야 하는지 일반시민들은 잘 알지 못하지만 대략은 짐작하는 바다. 2008년 9월 말 현재 인천시의 예산집행률은 46.9%라고 한다. 확보한 예산의 절반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한 해가 석 달여 남았는데 예산은 50%도 집행하지 못했으니 상당액이 사고이월되거나 불용액으로 책정되면 결과는 어떻게 나타나겠는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집행하지도 않을 예산을 확보하려고 애를 썼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매년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물론 예산 집행이 원안대로 100% 이행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인정한다 해도 좀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급하게 예산을 소모하기 위해 아직은 멀쩡한 보도블럭을 서둘러 교체하는 것인가 보다. 그렇게도 소용처를 찾기 어려운지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렇게 급하게 사용돼야 할 곳이 없다면 다음과 같은 곳에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며칠 전 서울에서 내려온 지인과 개항장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그는 개항장의 여러 곳을 걸으면서 이곳이 가지고 있는 문화관광의 가능성을 나름대로 제시했다. 또 다른 지방 개항장과의 차별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 문화상품의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 이렇듯 상당한 호감을 보이던 지인은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장을 돌아보면서 실망이 역력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전시관의 모습을 처음부터 보아온 나로서는 구구한 변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각각의 전시관이나 박물관은 나름대로의 역할과 기능이 가지고 있다. 이곳 전시관도 개항장의 근대건축물 전시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전시관이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 수시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만들어 놓기만 하면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문제점들을 개선해 가야 하는 것이다. 가끔씩 찾는 곳이지만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전시실을 들어서면서 첫발을 내디디면 만나는 바닥의 모노륨은 이제는 철거해도 되지 않을까? 가능한 한 원형의 모습을 보존하면서 전시관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자 한 의도를 모노륨 바닥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도록 망쳐놓았다. 모노륨을 보면서 갑자기 서울 궁궐의 잔디밭 생각이 났다. 많은 사람들은 잔디밭을 보면서 조선시대 궁궐은 당연이 잔디밭으로 가꾸어졌을 거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편의주의에 입각해 잔디를 심어놓은 것을 알지 못하고 말이다. 전시의 효과를 살리는 조명은 처음과는 달리 조명이 상당부분 꺼져 있어(사실은 전구를 갈아 끼우지 않은 것이다)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 에너지 절약정책의 일환인가. 조명은 전시관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한 의도였을 텐데 말이다. 또 원형의 모습을 보존한 것으로는 건축물 내부의 일부 벽을 빼놓을 수 없다. 생생한 모습을 보기 위해 당시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면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유리로 씌워놓은 곳에는 잡다한 글씨들로 커다랗게 플래카드를 만들어 걸어 놓았다. 유리로 가리기는 했지만 원형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한낱 플래카드로 막을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 때문에 웬만한 사람들은 플래카드에 가려진 유리벽의 의도를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더더욱이 좁은 공간에 배치된 모형건축물은 중앙에 떡 버티고 있어 조금만 관람객이 늘어도 북새통을 이루며 안전상의 문제도 야기할 수 있게 돼 있다. 배치를 좀 더 효과적으로 함으로써 바닥에 설치한 지도를 쉽게 이해하고,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텐데 도무지 요지부동이다.
확보한 예산의 소용처가 전시관이 제기능을 하는데 필요한 경비를 사고이월이나 불용액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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