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한미 FTA 처리를 비롯한 수도권 규제 완화, 종합부동산세 감세법안, 쌀 직불금 국정조사,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헌재 발언 조사, 김민석 최고위원에 대한 구인장 집행 저지 등 현안 쟁점들을 놓고 연일 파열음을 내고 있다. 여야 주요 정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수장들이 불과 수 주 전 정기국회를 시작하며 대표 연설을 통해 경제난국 극복을 위해 ‘경제국회’를 다짐하며 맡은 바 책무를 다하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은 온 데간 데 없다.
금융위기에 이어 실물 전체가 파국으로 치닫는 대규모 경제위기로 나라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불황의 공포가 엄습해오고 있음에도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정쟁만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이 사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처리해야 할 법률안이 200여 건이 낮잠을 자고 있다. 물론 이 중에는 화급을 다투는 민생법안이 상당수다. 국회가 세금을 축내며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우리의 정치권에는 국정수행의 성공을 뒷받침해야 될 수권 정당인 여당도 없고, 이를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대안 정당인 야당도 없다는 국민의 탄식과 질책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172석의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은 최근 종부세, 수도권 규제 완화,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조기 처리 등 자신들이 내놓은 현안에 대해서도 제각기 다른 입장과 해법으로 혼선을 빚게 되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져 정부 정책의 뒷받침은 커녕 청와대와 정부에게도 짐이 되고 있다. 제1 야당인 민주당 또한 국익과 야성 이미지 각인을 저울질 하며 오락가락하는 사이 민심은 더욱 멀어져만 가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최대 현안인 한미 FTA 비준과 관련해 조기 비준 방침을 정했으나 야당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여론 악화를 우려하며 한 발짝 물러서기로 급선회하는 등 당과 청와대가 엇박자 속에 어정쩡한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정책에 대한 믿음을 주는 데 실패했다. 따라서 조기비준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를 비롯해 국면 전환을 위해 시도 중인 연말연초 개각설, 연이은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른 강만수 장관 경질문제도 매한가지다.
지금 한나라당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 활성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야당과 차분히 협상해나가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일이다. 수적 우위에만 의지할 게 아니라 국민의 필요할 것들을 잘 헤아려 낸 뒤 쟁점 사안의 경중과 일 처리의 선후를 정하고, 일단 결정되어지면 신속하고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일이 중요하다.
반면, 민주당에겐 더 큰 변화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민주당의 수장인 정세균 대표가 대표 연설을 통해 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화급하다며 협조를 다짐했던 것이 불과 수 주 전인데도 정부의 수도권 규제 철폐를 막아보겠다는 명분을 내걸며 다시 거리로 나선 모습에서 국민은 착잡하기가 그지없다.
합리적 대안 제시로 국민을 감동케 하고, 차근히 신뢰를 쌓아야만 한다. 따라서 명분 있는 일이라며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관철해야 한다. 그러나 대안 없는 투쟁이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다는 이미지를 더 이상 각인시키지 않는 게 옳다. 또 다시 수권정당이 되고자 한다면 꼭 그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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