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TV를 바보상자라고 한다.

TV가 세상의 시름을 잠시라도 놓을 수 있는 오락물을 비롯해 연속극, 다큐멘터리 등 세상사를 토해내면 그 속에 빠져드는 순간만큼 모든 대화는 물론 현실의 세상과 단절돼 TV를 통해 도대체 뭘 배울 수 있느냐는 반문일 게다.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면 TV는 사람을 멍청하게 만드는 바보상자 그 이상일 수 없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들 걱정께나 한다는 집에서는 아예 TV를 치워버리거나 꺼놓는 집이 많이 늘고 있다고 한다. TV를 치워놓고 꺼놓으니 아이들 성적도 오르고 대화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아마 이 얘기는 거실 하나에 방 한 칸인 집에서는 그럴 수 있구나 하겠지만 식구들이 거실에 모일 시간이 거의 없이 각자의 방에서 생활하는 집에서는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고 차라리 TV앞에 식구들이 다 모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어떤 집에서는 TV가 켜져 있는 거실이 회합과 대화의 공간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TV를 보면서 나름대로 각자가 보는 세상을 분석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집도 꽤있다.

TV가 그냥 바보상자만은 아닌 것이다.

과거 동네에 한두 대뿐인 TV를 보기 위해 매일 밤 이집 저집을 헤맸던 때와 달리 정보의 제공권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각종 매체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TV의 역할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할 필요없이 그저 TV로만 보면 어떨까.
노래방 반주기와 길 안내를 담당하는 내비게이션이 한 몸이 된 TV가 차 안에 버젓이 자리 잡고 있는 세상에 행여 젊은이들이 세상과 담을 쌓을까 TV를 바보상자로 몰아세우는 것은 몇년 전 개그맨 정준하가 유행시켰던 ‘TV를 두 번 죽이는 일’이 될지 모른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