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해방된 기분을 만끽하려는 청소년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길거리를 배회하고 음주·흡연 등으로 인한 탈선이 여전했다는 보도다. 수능이 끝난 뒤의 고3 학생들에 대한 교육프로그램과 생활지도가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의 문제로 등장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연례행사처럼 청소년들의 일탈현상이 되풀이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경기도지방경찰청이 수능이 끝난 가운데 청소년들의 운집지역과 유해환경 밀집지역에서 청소년 선도 및 보호활동을 벌인 결과 음주·흡연으로 수백 명을 적발했고, 이 중 폭력을 행사했거나 금품갈취, 절도 등 강력범죄가 상당수여서 청소년 탈선을 막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청소년 탈선을 근절하기 위해 일선 학교 등을 상대로 범죄예방교실을 적극적으로 운영해 청소년 선도 및 보호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하나 과거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 효과는 크게 기대할 수가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수능 후 학생들에 대한 별도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안타깝게도 수능이 끝난 고3 교실은 출석일수를 채우기 위해 졸업 시까지 무려 3개월 동안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일을 반복해왔다. 이런 현상은 전국의 고3 교실이 대동소이하다. 학생들은 출석했다는 것 외에 별 의미가 없는 등교를 회피하다 보니 길거리를 방황하게되고 일탈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학교에 붙잡아 수업일수를 채우려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는 있으나 어수선한 교실은 이조차 용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학생들은 해방감에서 공부를 하려고 하지 않아 설사 교사들이 수업을 하려고 한다고 해도 수업이 제대로 될 리가 없는 데다, 대학에 따라 입시전형이 다르니 이에 따라 논술 보는 학생, 면접 보는 학생 등 전형별로 필요에 맞춰 공부하고 그도저도 필요없는 학생들은 그냥 잡담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교실풍경인 것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대입이 전부가 아니어서 학생들을 학교에 붙잡아 두려는 교육당국의 입장이 이해는 되나 물리적으로 붙잡아 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미 시기적으로 늦은 감은 있지만 수능 이후의 교실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다. 수능 이후 고3 교실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고 조기 졸업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교육당국의 수능 후 고3교실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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