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광일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스페인의 한 신부가 바스크 지방에서 직업훈련학교를 세워 그 졸업생들과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협동조합인 몬드라곤에 대해 「몬드라곤을 배우자」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 후 주주자본주의에 있어서의 기업에 대한 대안으로서 주목하고 있었지만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의사결정자가 많아서 거기에 따른 거래비용의 증가로 지속되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사회적 기업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문득 몬드라곤이 떠올라 홈페이지에 들어가 지금의 상황을 살펴 보니 그 결과는 놀라웠다. 10만 명 이상을 고용한 거대한 기업으로 변신해 스페인 안에서 7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미국, 멕시코, 중국, 인도, 타일랜드, 러시아, 이탈리아, 독일 등지에 57개의 협력업체를 가지고 있고 자체적으로 대학까지 설립하고 협동조합, 협력업체, 재단 등의 수를 합쳐 260개의 구성체로 이루어진 성공적인 기업그룹으로 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몬드라곤의 조합원은 법률상 노동자가 아니라 소유주이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국가의 복지혜택을 받을 수 없어 자체적으로 연금기금단체를 설정해 조합원과 그 가족들의 복지를 책임지고 있었다.
그리고 중소기업들의 클러스터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된 제3의 이탈리아의 경우에도 북부지역의 피아트 자동차가 문을 닫게 됨으로써 거기서 유출된 인재가 가족 중심으로 중소기업을 만들고 중소기업 네트워크를 이루어냄에 따라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또 그 당시 스페인은 독재정권하의 어려운 상황에서 50여 년 전에 한 신부에 의해 만들어진 몬드라곤의 성공사례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몬드라곤의 경우 크게 4개의 영역으로 구성돼 있는데 금융 부문(Financial Area), 산업 부문(Industrial Area), 유통 부문(Retail Area) 그리고 지식 영역(Knowledge Area)으로 나누어진다.
이 구조를 잘 살펴보면 중소기업의 집합체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구성요소를 볼 수 있다.
중소기업들과 그 존속의 생활에 관계되는 소비자 협동조합으로서의 근대화된 슈퍼마켓의 집합체인 유통 부문, R&D 등 중소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책임질 수 있는 중소기업 종합연구소로서의 지식 영역, 실질적인 생산업체로서의 산업 부문, 그리고 이러한 중소기업체의 자금을 조합원들의 사내유보 형태로 축적된 금융 부문으로 구성돼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어려운 경제 상황 하에서는 단기처방에 의한 움직임도 필요하겠지만 후발자(late-comer)의 이익을 살려 위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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