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국내 유력 방송에서는 두 번에 걸쳐 중고차 허위 및 미끼에 대해 그 피해사례를 방송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 즈음 전국 중고차 관계 정부 관계자 및 중고차 전문가들이 모여 국내 중고차 시장의 문제점을 없애고자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었다. 최근 인터넷을 활용한 중고차 정보가 봇물을 이루면서 이미 시장에 존재하지 않거나 팔려나간 중고차를 실제 있는 것으로 위장하고 소비자를 유혹하는 허위 및 미끼매물이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각종 물품 거래 중 부동산 다음으로 큰 금액을 차지하는 중고차는 발생하는 건수에 비해 사회적 파장이 큰 문제에 속한다. 이러다 보니 매년 한국소비자원과 해당 정부부서인 국토해양부 자동차관리과에는 이에 대한 각종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이 밖에도 중고차 분야는 의무 법정 성능점검 및 품질보증제도인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발행 및 제도 문제의 개선, 대포차 문제 해결, 매매와 매매알선의 구분 문제, 매매종사원 및 성능점검요원 양성 문제, 상품용 이전 등록세 1% 폐지 문제, 위장 당사자 거래문제 등 소비자 안전을 위한 각종 문제가 혼재돼 있는 실정이다. 워낙 복잡하고 얽힌 문제라 지난 40년 동안 해결되지 못한 문제였다.
정부는 이 중고차 문제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다가 약 5년 전 중고차 성능점검문제에 대한 정책연구가 처음으로 진행됐고 이번에 전반적인 중고차에 대한 정책연구가 진행 중이다. 즉 지난 40년 동안 지금까지 정부에서는 딱 두 번에 걸쳐 정책연구가 진행됐을 정도로 관심이 적은 분야였으나 최근에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커서 매우 다행이라 판단된다. 국내 중고차 분야는 연간 거래 약 190만 대의 시장, 13조5천억 원에 이르는 매머드 시장이다. 국내 자동차 애프터마켓 규모 55조 원 중 핵심적인 분야이며, 이 분야의 개선에 따라 전체 시장의 선진화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나는 현재 진행되는 중고차 정책의 위탁 연구를 맡아 이달에 예정된 공청회에 앞서 마지막 전체 회의를 주재했다. 중고차 온·오프 라인의 대표적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조합 및 연합회에 이르기까지 약 40명에 이르는 대표자들이 참석했고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지난 3월부터 진행해 오면서 각 분야별 전문가 및 자문회의 등 5~6번의 회의를 거치면서 중고차 분야의 선진 가능성을 타진했으며, 이번 회의는 마지막 회의로 전체를 정리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회의를 주재한 나로서는 이번 회의의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체라는 개념을 생각하지 못하고 자기만을 취하고 이기적인 생각이 넘쳐흘렀으며, 과연 개선의 의지는 있는지 도리어 고민하는 자리가 됐다. 모든 참석자가 제3자인 객이었지 주인공은 없었기 때문이다. 논의는 서로를 존중하면서 의견을 청취하고 발전 가능성을 타진하는 자리인 만큼 서로를 배려하는 자세가 극히 중요하며, 자기 주장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첨부된다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번 자리는 일방적인 자기 주장만을 일삼고 한편에서는 위협적으로 느끼기도 했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논의라는 의미는 거의 없었다고 판단된다. 그 만큼 중고차 분야의 발전이 국내의 다른 분야에 비해 왜 이리 낙후됐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특히 일부 조합이나 연합회 관계자의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규탄하는 의미의 발언은 대화의 가능성을 아주 무시하는 경우여서 더욱 아쉬움을 남게 한다.

세계는 글로벌 시대로 가고 있고 국내는 더욱 이러한 측면이 강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하면 현재의 상황이 글로벌 시대로 얼마나 가고 있음을 인지하게 만든다. 한미FTA나 한·유럽FTA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구시대로 남아있는 중고차 분야의 혁신과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진행될 것이다. 현재의 구시대적이고 영세적이며, 일방적인 중고차 분야의 논리는 앞으로는 발을 붙이기 힘들고, 당연히 도태될 것이다. 물 밑에서는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고 변화의 폭은 커지고 있다. 이제 구태적인 자세는 버리지 않으면 발전은 없다는 생각을 새삼 인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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