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
    
지역대학에서 벤처기업의 대부로 불리던 투자자문회사 대표가 투자자들에게 죽음으로 빚을 갚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는 우울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미국발 금용위기로 동문이 대부분인 투자자들에게 원금조차 돌려주지 못하게 된 상황을 비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다. 그는 지난 2000년 동문 선후배를 중심으로 기금을 조성, 동문들이 운영하는 벤처기업에 종잣돈을 지원하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한 뒤 선물과 옵션투자로 고수익을 올리던 벤처업계의 선두주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한때 지역은 물론이요 국내 벤처기업의 대부로 불리면서 업계를 이끌었던 인물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무너진 미국금융과 함께 비극적인 종말을 맞았다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자신에게 돈을 맡긴 투자자 20여 명에게 ‘원금이라도 건지려고 애썼는데 정말 미안하다’며 ‘죽음으로 빚을 갚겠다’는 편지를 일일이 쓸 때의 심정이 얼마나 비통했을지는 주변 사람이 아니라 해도 이해하고 남는다 하겠다. 벤처기업 후배들에게 대부로 통하면서 모교에 12억 원이 넘는 거액의 장학금을 전달했을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렸던 인물이 이런 편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누군들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래서 지역사회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한 사람의 성공과 좌절, 그리고 마지막 사연이 누구에게라도 적용될 수 있기에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데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 회사원 등 지역사회가 느끼고 있는 불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같은 소식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길 기대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여의치 않은 것 같다. 금융에서부터 실물경제에 이르기까지 위기감을 느끼지 않고 있는 분야가 얼마 없기 때문이다. 대우자동차 조업중단 계획과 이에 따른 부품업체 휴업사태가 우려되는 가운데 항만과 건설경기 악화, 가계대출 이자부담 가중, 실업률 증가와 물가인상 등 여기저기서 불황의 여파가 서민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다. 이제야말로 어떻게 이 난국을 타개해 나갈 것인지, 그래도 우리에겐 이렇게 불황을 탈출할 비책이 있다며 희망을 줄 것인지 비전을 제시할 때가 아닌가 싶다.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요 정계와 재계, 각 유관기관지원단체 모두 나서서 종합적인 지역경제활성화 비책을 내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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