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호 인천지방중소기업청장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약 3% 수준으로 예측되며 장밋빛 전망은 좀처럼 제시되지 않는다.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고용은 위축돼 우리 경제의 청사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처럼 경기가 어려워지면 기업들은 안정적 경영을 강조하며 투자를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참아내기에 급급하다 보면 결국 실적은 악화되며 기업 여건은 점점 어려워지게 된다. 불황일수록 역발상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술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 지난달 한국3M의 기술연구소 준공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조지 버클리 3M회장은 지금 경기가 좋지 않더라도 언젠가 미래는 올 것이기에 연구개발투자를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불황시기의 활동결과가 이후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기에 오히려 기회로 작용하며 기업의 핵심 역량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는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역발상은 과거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70년대 세계 최초로 시계 액정무브먼트를 개발해 전략 부품화에 성공한 Seiko는 불황기 안정적 경영을 강조하고 기존 기술에 안주한 나머지 실적이 악화돼 후발 주자이던 Citizen에 추월당했다. 또한 Intel은 1980년대 불황기에 DRAM 부분 투자를 축소한 결과, 한국과 일본 업체에서 시장을 완전히 넘겨주고 말았다. 최근 세제시장에서도 Unilever의 Wisk도 지나친 긴축경영으로 경쟁 업체인 P&G의 Tide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이처럼 불황일수록 연구개발을 통한 선도적인 신제품 출시가 중요하다. 더군다나 중소기업 일수록 대기업 주도의 산업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독자적 생존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투자가 강력히 요구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무엇보다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는 설비투자가 그러하다.

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각종 시험·연구설비를 활용해 제품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제품이 지니고 있는 각 특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설비가 필요하다. 다양한 고가의 시험·연구설비 보유가 기술경쟁력을 좌우하고 제품의 품질수준 향상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설비를 보유하지 못한 기업들은 제품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소기업들은 고가의 설비를 보유하기 어렵기 때문에 각종 시험·연구기관이나 대학들에 일정 수수료를 납부하고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들이 직접 설비를 운용해 연구개발을 수행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인천중기청은 중소기업의 설비 부담을 완화하고 연구개발을 적극 장려하기 위해 전자파 측정장비 등 530여 점의 시험·연구설비를 중소기업에 무료로 개방해 원하는 시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개발한 제품에 대해 국내외 규격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분석해 규격에 미달할 경우 원인분석 및 품질수준 향상방안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올해 434개 업체에서 인천중기청 시험·연구설비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한편, 인천중기청은 중소기업에서 대학·연구기관이 보유한 고가첨단장비를 연구개발 목적으로 이용 시 ‘연구장비공동이용클러스터사업’으로 수수료의 60%를 지원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총 133억 원의 예산으로 지역구분 없이 56개의 대학·연구기관에서 업체당 5천만 원 이내까지 이용할 수 있다. 올해 1천263개 업체에서 이용 중이다. 인천소재 중소기업 중 무료 시험·연구설비를 이용해 성공한 기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에어리어 센서를 개발하는 S전기(주)는 전자파적합성 설비 등의 고가 장비를 2008년 2월부터 9월까지 무료로 사용해 신제품을 개발, CE인증을 획득했다. 개발제품은 현재 지하철공사 3개 역사의 스크린도어 물체 감지용으로 설치 운용 중에 있으며 향후 설치되는 20여 개 역사의 스크린 도어시스템에 추가계약돼 21억 원의 매출을 올릴 예정이다. 한편, 신기술이 적용된 위성 통신용 안테나를 생산하는 T사는 신생기업으로 신제품을 개발 후 설비부족으로 성능시험 및 시험방법에 어려움을 겪던 차 인천중기청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인천중기청이 직접 성능시험 방법을 제시해주고 환경시험 설비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지원했다. 그 결과 올해 8월부터 프랑스, 오스트리아, 남아공, 터키 등지에 제품 수출이 가능했고, 향후 지속적인 신규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고 연구개발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어려울 때 일수록 독자적 생존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술력 확보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경기싸이클은 침체와 활황을 반복하기 때문에 머지 않아 경제여건이 나아지게 되면 확보된 기술력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앞으로 중소기업들이 인천중기청 보유설비와 설비이용수수료 지원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해 슬기롭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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