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득표 (객원논설위원, 인하대 교육대학원장)

 2014년 45개국의 2만여 명이 참가하는 제17회 아시안게임이 인천에서 열린다. 아시안게임은 경제적으로도 생산유발 13조 원, 부가가치 5조6천억 원, 고용유발 27만 명 등 개최효과가 충분할 뿐만 아니라 인천시의 브랜드 가치를 몇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시설기준이 요구하는 7만 명 수용 규모의 주경기장을 마련하는 데 있다. 주경기장 건설과 관련해 중앙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인천시와 갈등양상을 빚고 있다. 이를 두고 무섭게 발전하는 인천시를 중앙정부가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이 아닌가, 2014년 아시안게임은 차기정부 때의 일이니 무관심한 것이 아닌가하는 등등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천시가 최악의 경우 아시안게임 반납문제를 검토했다는 말까지 떠돌고 있다. 시설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개최권 박탈 또는 반납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렇게 되면 인천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망신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주경기장을 건설하는 데 설계ㆍ보상ㆍ시공 등 최소 6년이 소요된다고 하기 때문에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주경기장 문제가 하루 속히 매듭지어져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가 제안한 대로 주경기장 신축 대신 문학경기장을 증축해 활용할 수만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4만8천590석 규모인 문학경기장을 2만 석 규모의 좌석을 증축하면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시설규정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학경기장 증축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주경기장 신축이 증축보다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며, 신축 주경기장은 아시안게임의 1회용에 불과하다면 굳이 주경기장을 신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경제위기를 맞이해 중앙정부, 지방정부, 기업, 가계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혈세의 낭비 요소를 제거해야 하는 것이 너무 절박한 현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학경기장 리모델링은 주변 토지의 비싼 보상비, 배후공간의 절대부족, 통행로 및 진출입구의 부족, 1만2천의 사석(死席) 발생, 안전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또한 문학경기장은 증·개축을 하더라도 아시안게임 이후 활용가치가 떨어져 1천760억 원의 투자비는 매몰비용이 되고, 문학경기장의 현 운영적자가 더 불어날 것이라고 한다. 주경기장 신축에는 2천338억 원이 소요되지만 시너지 효과를 몇배 이상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신축 주경기장은 설계단계부터 수익시설을 배치하고, 사후에 스포츠, 각종 공연, 휴식, 여가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다면 매년 흑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또한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 주경기장 건설과 같이 7만 석 중 4만 석에 대해 가변식 신개념을 도입하면 사후 타 용도 활용과 건축비가 34% 절감된다고 한다.

중앙정부를 설득시키지 못한 인천시의 안이한 전략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인천시는 늦었지만 중앙정부와 국회를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나 언론 및 시민단체는 주경기장 신축 타당성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또한 인천시민도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라는 주문은 절대 아니다. 유권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특정 법안에 찬성하거나 반대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를 기대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외국의 정치참여 방식을 활용할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인천시 유권자들은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대회지원법 개정에 앞장서고 중앙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선거구마다 유권자들이 의원들에게 전화, 문자, 전자우편, 팩스, 홈피 방문 등 합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주경기장 신축문제의 조속 해결을 촉구하는 것이다. 외국과 같이 유권자가 국민의 대표를 움직이게 하고, 그 결과를 다음 선거에 반영시키는 정치참여 방식을 실천해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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