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에 비해 도덕적 우월성만은 자신한다던 참여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와 측근들의 잇따른 구속과 수사로 더 이상 도덕성을 입 밖으로 꺼내 수 없게 됐다. 개혁 이념을 기치로 내걸었던 참여정부의 도덕성은 참여정부 시절 정권 담당자들이 그나마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었고, 평가받고 싶어 했던 마지막 자존심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퇴임 후 1년이 채 안 된 싯점에서 드러나고 있는 대통령 주변 사람들에 의한 이른바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는 이들 참여정부 정권 참여자들은 물론 국민들을 크게 낙담케 하고 있다. 개혁정권임을 표방한 참여정부였지만 이번 사건으로 결국에는 역대 정권과 다를 바 없는 부패한 정권으로 낙인찍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 동안에도 노 전 대통령 주변사람들의 비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의 취임 초기 최측근의 한 사람으로 불렸던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부터 시작해 여택수 전 청와대 1부속실장, 안희정 씨,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대통령의 후견인 강금원 씨 등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노건평 씨를 비롯해 참여정부 시절 또 다른 실세로 불리며 구설수에 오르내리던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과 최측근의 한 사람이었던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도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의 혐의가 검찰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사실로 밝혀질 경우, 참여정부의 도덕성은 더욱 치명타를 입게 돼 참여정부 시절 사람들을 더욱 애태우고 있다.
특히 노건평 씨의 혐의는 재판 과정에서 최종 확인되겠지만 검찰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혐의 사실만으로도 지탄과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대통령의 친인척이라는 신분도 신분이겠지만, 지난 2004년 3월 노건평 씨가 대우건설로부터 현금 3천만 원이 든 쇼핑백을 받았다 돌려준 일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대통령이던 노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똑똑하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별 볼 일 없는 사람에게 머리 조아리고 돈 갖다 주지 말라’는 식의 공개적 망신을 줬고, 이에 충격을 받은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한강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당시 남 사장의 투신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 형제에게 비난의 여론이 일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노 전 대통령의 말대로 ‘별 볼 일 없는 사람’으로 생각했고, 배운자의 욕심이 부른 화로 치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발표대로 라면 노건평 씨는 적어도 이번 세종증권 매각 로비사건에서 만큼은 치밀한 계획으로 로비를 주도한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무것도 모른다던 노건평 씨는 바로 그 이듬해 농협에 세종증권을 인수해 달라는 청탁을 하고 다녔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의 말은 허언이 되고 말았고, 참여정부의 역사적 평가도 함께 무너질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역대 어느 정권에 비해 신세를 진 일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도덕적이고 깨끗할 수밖에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참여정부마저도 허상으로 드러나고 말았다.
따라서 지금의 ‘이명박 정부’도 장담만 할 수 없는 일이다. 차제에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들의 비리 근절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제도적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의 친인척의 경우, 재산공개 대상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 볼 만 하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비리근절에 단호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물론 비정상적 권력이 통하는 풍토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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