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관장

 2008, 무자년이 저물고 있다.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금년은 연말을 맞는 느낌이 어느 해와는 또 다른 어려움으로 다가오고, 쉼 없이 달려온 한 해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멈춤이 없는 전진과 도전, 남보다 앞서가야 하고, 이겨야만 하고,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면서 그것이 최상이고, 최선인 양 우리 모두가 그렇게 달려온 것 같다. 불나비가 불로 달려들 듯이, 아프리카 대초원의 누 떼가 절벽 아래로 수없이 떨어지듯이, 숨 가쁘게 살아왔다.
멈추는 것은 쉬는 것이 아니라 끊기는 것이고, 뒤쳐지는 것이고, 아니 후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영겁의 세월에 비하면 찰라와 같은 일 년이 아닌가?
인생의 긴 여정에서 오늘쯤은 잠시 멈춰서 뒤를 돌아보고, 쉼표를 찍을 필요가 있다.
자동차에 기름이 완전히 떨어지거나 고장이 나면 멈추고, 동물은 병이 나면 먹는 것을 멈춘다. 사람도 병이 나면 쉬어야 하고, 큰 병이 나면 영원히 멈춰야 한다.
개구리가 멀리 뛰기 위해서 웅크리고 잠시 멈추듯이, 힘이 남아 있을 때 멈추어야 더 큰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힘은 멈춤에서 나온다.
심호흡을 할 때도 호기와 흡기 사이에도 얼마간의 멈춤이 있어야 힘이 있고, 편안하게 숨을 쉴 수가 있다. 음악도 쉼이 있어야 여운이 있고, 춤도 정지의 순간이 있어야 감동이 있다.
우리의 삶도 잠시의 멈춤이 계속 달리는 것보다 한층 필요한 생활의 힘이고, 지혜다. 골프에서 좋은 샷을 하려면 스윙의 정상에서 잠시 멈춰야 한다. 사람들은 몸이 아플 때 멈추고 쉰다. 그래서 아픈 만큼 성숙하고, 아프면서 크거나, 늙는다고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경험을 한다. 경험은 크고 작은 실패의 합계이기도 하고, 성공의 합계이기도 하다. 실패의 합계에서는 두려움을 버려야 하고, 성공의 합계에서는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실패의 두려움과 성공의 자만심에 오염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용기를 내지 못하고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나태해진다.
이제 잠시 멈춰서 한 해를 돌아보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 감사는 행복, 건강, 장수의 기본 요건이라고 한다. 감사의 순간은 축복의 순간이요, 절대 행복의 순간이다. 심장박동이 편안해지고, 오장육부가 가장 기뻐하는 순간이다. 나쁜 마음이 일어날 수 없고, 나눔과 베품이 생각난다. 종교인은 먼저 하느님께, 그리고 나 자신에게, 그 다음에 주위의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위를 살펴보고, 손을 내밀면 주위에 사람들이 모이고 파동이 일어난다. 조용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동심원을 그리며 물결이 번져 나가듯이, 사람도 각자 고유의 파동이 있다. 따뜻한 파동, 감격의 파동, 지적인 파동, 인품과 성격의 파동 등...
파동은 분위기와 개성에 따라 주파수가 다르다. 나의 파동은 기계로 측정할 수 없고, 내가 느낄 수 없고, 오직 남들이 느끼는 것이다. 나눔과 베품이 있을 때 나의 파동은 남에게 잘 전달되는 것이다.
매년 연말이 오면 나눔과 베품의 행사가 많아진다. 작지만 남모르게 동참해보자. 요즘 매스컴에 기부천사, 숨은 천사, 기부 왕 등 가슴을, 이웃을 훈훈하게 하는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이 많다.
더 감동적인 것은 폐지를 모아서, 젓갈을 팔아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람들을 보면서 세상은 희망이 있고 살 만한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갑부가 천문학적인 거금을 기부하고, 홍콩의 대스타가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다고 한다. 선행을 다른 시각으로 보지 않고 선행으로 받아들이는 선진국과 같은 기부문화가 정착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우리 모두 잠시 멈춰서 손을 내밀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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