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제훈 객원논설위원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당선은 전 세계에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대가를 지불하면서 이루어졌다. 미국의 정권교체는 부시 대통령의 실책에 대한 미국인의 심판이 주원인이었지만 금융위기가 확산되지 않았더라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식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었다면 이에 대응한 오바마의 당선은 미국식 민주주의의 경쟁력을 또한 극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를 제국주의요 투기자본주의라 통렬하게 비판하는 좌파 진보진영까지도 오바마의 당선을 쉽게 폄하하지 못하고 있는 데에서 미국을 보는 세계인의 시각이 잘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보는 좌파의 시각은 세계자본주의의 내재적 모순의 필연적 발로로 본다. 대량실업과 장기 이윤율 하락에 따른 주기적 경기순환과 대공황의 도래는 마르크스주의의 고전적 명제다. 우파에서는 이번 사태를 주로 금융 규제와 감독의 실패로 보면서 여전히 시장의 실패라기보다는 정부의 실패로 보고 있다. 나는 이 두 가지 측면이 다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면서 도입된 수정자본주의는 시장의 실패를 보완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과 개입을 용인함으로써 전후 자본주의에 전무후무한 번영의 시대를 도래하게 했다. 70년대 들어와 베트남전과 오일 쇼크에 따른 달러의 금 태환 중지와 브레튼우즈 시스템의 붕괴는 정부의 실패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시장의 기능을 다시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의 대두를 가능케 했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한 것은 세계화의 진전과 금융기법의 발전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엄청난 팽창이었다. 하루 금융시장의 거래액이 연간 전 세계 무역액을 초과할 정도로 비대해짐으로써 세계 금융시장은 자본주의의 화약고가 된 지 오래였다. 얼마 전 G20 정상회담에서는 주로 각국의 금융시장의 개혁 즉, 규제와 감독의 문제는 다루어졌지만 새로운 국제금융시스템의 구축 문제는 합의되지 못했다. 국내 제도 개혁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미국이 경제패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리고 대안 세력이 부상되지 않는 한 국제금융제도의 혁신적 개편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 것이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왜 이리도 빨리 그리고 크게 우리 경제에 영향을 주느냐다.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그만큼 전 세계가 세계화로 하나로 묶여 있고 그 중에서도 우리 경제가 특히 많이 세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그 동안 고도성장이 가능했던 것도 우리 경제의 세계화 덕분이었듯이 세계 경제가 어려위지니까 그 만큼 바로 영향을 받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선은 우리 경제의 내부 문제를 파악해 빨리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이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이념이나 당리당략은 접어 두고 국난을 극복한다는 대동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의 대승적인 대통합의 정치 리더십이 요구된다. 다음으로 국제적 금융제도의 개혁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마침 다음 G20 정상회담의 간사국이 된 입지를 잘 활용해 획기적이면서 실현가능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들 중 하나로서 아시아 공동통화의 구축안도 가능할 것이다. 이미 달러화의 패권 통화로서의 지위가 크게 흔들린 상황에서 유로화와 함께 아시아에서 공동통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현재 세계금융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금번 금융위기의 심저에는 21세기 들어 세계경제의 글로벌화가 심화 확대되면서 이에 상응하는 세계적 단위에서 정치경제적 거버넌스 구조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정치안보 면에서 UN의 기능과 역할이 태생적 한계를 드러낸 지는 이미 오래이며, 국제경제기구인 IMF나 세계은행 등은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질서의 문제점을 웅변적으로 노출시킨 바 있다. 이러한 세계질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인류적 시도 중의 하나가 지역주의(regionalism)이다. 유럽연합을 건설한 유럽과 일찍이 미합중국을 건설하면서 연방체제의 모범을 보여 준 바 있는 미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아시아 공동통화 등을 도입함으로써 아시아경제공동체나 아시아연합을 건설한다면 그리고 이를 우리나라가 주도한다면 어쩌면 금번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에게는 국운 상승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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