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의 비리 문제로 매스컴이 요란스럽다. 매번 정권이 바뀌고서야 전직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가 까발려지는 것이 못내 아쉬운 대목이긴 하지만 여하튼 대통령의 친·인척, 특히 형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한국사의 비극 중 비극이다.

그렇다면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의 형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인척들의 청와대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박 전 대통령의 맏형인 박동희 씨는 동생이 대통령이 된 뒤에도 고향 상모리에서 열 마지기 남짓한 논을 일구며 평생을 농사꾼으로 살다가 지난 1972년 세상을 떠났다.

지난 1965년 박 전 대통령이 고향을 방문했을 때 큰 형의 집에는 호롱불이 켜져 있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너무 미안해 형에게 전기를 넣어주겠다고 했지만 큰 형이 한사코 반대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 전기환 씨는 어떠했는가. 5공 당시 전기환 씨는 일명 ‘용산 마피아’로 통했다. 특히 경찰 인사를 좌지우지 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5공 정권이 끝나자 전 전 대통령의 집안은 제사를 모실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대부분 쇠고랑을 차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이 밖에도 역대 대통령들은 퇴임 후 대통령 자신이 영어의 몸이 되었거나 아들이나 친·인척들의 비리로 만신창이가 되긴 마찬가지였다.
현 이명박 대통령의 형은 어떤가. 이상득 씨는 정권 출범 초기부터 이런 저런 이유로 구설수에 오르내리더니 얼마 전에는 당내 각종 현안 자료를 서면으로 보고받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돼 또 한 번 ‘형의 위력’을 과시했다.
친·인척의 비리 연루 여부로 전직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절하하거나 과오를 미화할 의사는 추호도 없다. 다만, 대통령 친·인척들이 쇠고랑을 차고 TV화면을 가득 메우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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