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 서구체육회 수석부회장

 새해를 맞아 한 해의 희망을 담아냈던 2008년을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12월이 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기저기서 송년 모임 자리가 벌어지고 있다.
물론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설계하기 위해 직장 동료들과 또는 단체 회원들끼리 술자리 갖는 것을 누가 뭐라고 말하겠는가. 다만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고통받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생각해 검소하고 조용한 송년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한다는 몇몇 단체들이 거창하게 해야 체면이 서고 목적이 달성되는 것처럼 송년모임을 호텔이나 대형 음식점 등에서 송년모임을 갖기로 하고 예약까지 마쳤다고 한다. 이뿐이 아니다. 지역이나 중앙에서 힘 있고 이름 께나 알려진, 소위 방귀 께나 뀐다는 인사들의 화환을 세워놓고 그것도 모자라 많은 돈을 들여 유명 연예인들을 초청해 송년모임을 갖는 소문이 무성하다. 자기 돈 들여서 하는 것을 뭐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최악의 경제상황이 우려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자기만이 아니라 최소한 악화된 경제위기에서 고통받는 이웃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자제할 줄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꼭 10년 전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인 IMF와 외환위기 등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었다. 매년 이 때쯤이면 좋았던 경제도 찬바람을 타고 악화돼 서민들은 새해에는 등 따습고 배부를 내일을 기약하며 희망을 담은 새 달력을 걸어 놓았지만 그 달력이 모두 찢기고 달랑 한 장 남았는데도 경제가 좋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어느 경제학 교수의 말은 서민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100년 만에 한 번 일어날 만한 신용쓰미나로 처참하게 황폐된 세계 경제 대지진의 불안감으로 세계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기 때문에 아직 경기침체가 막바지에 다다른 것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 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회 지도층 인사 또는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봉사단체에서 흥청망청 마셔대고 2차, 3차 돌아다니며 송년회를 꼭 해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연탄이 없고 쌀이 없어 추위에 떨며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소외된 이웃들이 얼마나 많은가. 호텔이나 대형 음식점에서 송년회로 흥청망청 하기보다는 홀몸노인을 비롯한 소년소녀가장과 결식아동 등 소외된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그들이 추위보다 더 무서운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동안 서민들이 느끼는 경제상황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지난 대통령선거 때 경제를 살리겠다는 후보의 약속만 철석같이 믿고 대통령으로 선택했고 경제가 살아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우리 같은 서민들이 바라는 경제살리기는 모두가 대궐 같은 집에서 외제차를 몰면서 떵떵거리며 살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등 따습고 배부르게 가족들과 내일에 대한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약속은 실현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언제까지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이 어려움을 기약도 없이 견뎌야 하는 현실만 계속될 뿐이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벽에 걸려있는 올해의 달력이 떨어지고 새해 달력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현재의 경제현실이 어렵다고 희망까지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새로 걸어놓을 달력에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을 듬뿍 담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현재의 경제위기는 남 탓이 아닌 내 탓이라는 겸허한 마음으로 함께 고민하고 올 한 해 어려웠던 모든 일 잊어버리고 나는 물론 우리부터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면서 연말연시를 검소하게 보내는 배려를 생각해보자. 이웃에 대한 배려를 통해 험난했던 IMF를 넘어선 우리 국민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해 현재의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으면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