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흡연자라면 누구나 “내년부터는 금연을 해야지”라고 한 번쯤은 다짐을 하게 된다. 아이들의 찡그린 얼굴과 아내의 바가지 긁는 소리를 떠올리노라면 금연이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대개는 작심삼일에 그치기 십상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이라면 수십 년간 흡연을 했는데 지금 금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흡연을 연장하는 합리화의 이유로 삼기 일쑤다. 이미 흡연으로 인한 나쁜 반응들이 몸 속에 자리잡아 끊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웨이드 메르디스 박사가 조사한 금연 이후에 일어나는 시간대별 반응을 살펴보면 결코 ‘너무 늦은 금연’이란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메르디스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금연한 지 20분이 지나면 혈압과 맥박이 정상으로 떨어지고 손과 발의 체온이 정상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8시간이 지나면 담배의 가장 나쁜 성분인 혈액 속의 일산화탄소 양은 감소하는 반면 혈액 속의 산소 양은 정상 수준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흡연 후 24시간이 지나면 심장마비 위험이 크게 감소하고 48시간이 지나면 말초신경이 니코틴이 사라진 것에 적응을 하게 되고 후각과 미각 능력이 증가한다.

또 72시간이 지나면 기관지가 이완되고 호흡하는 것이 쉬워진다. 이때부터는 폐활량도 증가돼 웬만히 격한 운동을 해도 버거움을 느끼지 않는다.

2주에서부터 3개월 정도가 지나면 혈액 순환이 좋아지고 걷는 것이 수월해진다. 폐 기능도 30% 증가한다.

1년이 지나면 심장마비로 사망할 위험이 흡연자의 절반으로 줄어들고 5년이 지나면 비흡연자와 거의 같아진다. 10년이 지나면 폐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흡연자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 같은 연구결과에도 언제까지나 ‘끊어봤자 소용없다’며 흡연을 합리화 할 요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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