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을 노래했던 2008년 무자년도 10여 일 남았다. 벌써 마음 한 구석엔 구세군의 종소리와 크리스마스 캐롤송이 들려 온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사는 일에 바빠 그 동안 자주 못 뵌 부모, 친지, 은사, 친구를 찾아 지난 일을 돌아보고 새 각오를 다지는 때인 것 같다.
한 해의 노고를 잊는다는 망년(忘年).  이렇게 또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것을 보면 세월의 흐름이 매우 빠름을 실감하면서 우리네 인생도 한낮 찰나에 불과한 것 같다.
한 해를 되돌아 보면서 가장 우울했던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세계적인 불경기일 것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올해 들어 세계 경제를 침체국면으로 몰고 갔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의장 표현대로 100년 만에 한 번 생길까 말까 한 금융위기가 미국과 전 세계 선진국들을 모조리 초토화 시켰다.
우리 모두 마음의 고향인 농업ㆍ농촌도 더 없이 어렵고 힘든 한 해 였다. 각종 영농자재가 폭등과 수입농산물이 밀려오면서 농산물의 가격하락은 심화되고 생산성은 높아도 농가소득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젊은이가 떠난 농촌은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농촌은 점점 활기를 잃어 가고 있다. 세계화와 자유화로 표현되는 현 시점에서 농업인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으로 답답한 가슴을 쓸어 내려야만 했다.
그러나 지구촌 시대는 우리를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자강불식(自彊不息)’의 시대인 것이다. 끊임없이 쉬지 않고 스스로의 힘을 축척하지 않으면 국가든, 기업이든, 가정이든 살아남을 수 없다는 무한경쟁시대의 생존법칙 제1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어렵고 힘들어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다. 급격한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며 국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우리에게는 이보다 더한 어려움도 이겨낸 저력이 있기에 우린 희망을 말할 수 있다. 새해를 여는 세모에 벼랑 끝에 선 농업, 농촌이 아닌 희망이 넘치는 농업, 살 만한 농촌을 말해보자.
아무리 농업환경이 어렵다 하더라도 그 속에 몸담고 있는 사람의 의식변화가 더욱 중요하다.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함께 할 때 세계 농업인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음을 주변의 성공한 농업인이 잘 보여 주고 있다.
이젠 농업이 아닌 농산업(Agribusiness)이다. 즉, 파는 농업으로 승부를 걸어보자는 것이다. 콩이 된장으로 가공해 판매될 때 무려 5~8배의 높은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국민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농업인의 몫이다. 소비자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고품질 안전 농산물을 선호하고 있다. 이런 우수농산물을 수입농산물에 자리를 내줄 수 없기에 잘 파는 농업이야 말로 성공농업의 활로라 하겠다. 농촌은 전통문화와 쾌적한 환경이 보존된 국민의 마음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다. 농촌이 생산 공간이 아닌 문화와 관광, 환경, 농산품 등 자원이 합해져 하나의 농촌상품이 될 때 살 만한 농촌이 될 것이다.
12월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다. 옛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준비해야 하는 12월은 직장이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조급하게 만든다.
2008년의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다가오는 2009년에는 우리 농업 농촌의 미래에 대한 희망적 확신 속에 농업인의 얼굴에 미소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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