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기준(한나라당.부산 서구)국회의원

 여의도 초겨울정치의 한복판에 서 있었던 예산이 천신만고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옥동자를 낳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12월 1일부터 12월 13일까지 꼬박 13일 동안 진행됐던 예결위의 소위의원으로 참여해 소회가 남달랐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예산심의기간의 절대적인 부족이다. 2009년도의 예산액수는 283조 원으로 사상 최대에 달하는 데다 내년도 경기부양을 위한 SOC예산, 일자리창출을 위한 사회복지예산, 지방세수부족에 대한 재원마련, 상대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중소기업을 위한 예산 등 중점적으로 볼 항목도 예년에 비해 많았다. 정부는 처음 예산안을 짜서 국회에 제출한 10월 초보다 경기전망이 어두워지자 11월 7일 수정예산안을 제출한 바 있다. 헌법과 국회법에 정부는 예산안을 편성해 회기가 시작되기 전 90일 전에 제출하고 국회는 이를 심사해 회기가 시작되기 전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심사를 마치고 의결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정부가 수정예산안을 편성해 제출한 것이 11월 7일이므로 이번 2009년 예산안은 조숙아로 태어나는 것이 운명적으로 정해진 것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심사기간과 이에 따른 졸속심사의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예결위의 상임위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국회법에 명시돼 있는 ‘정기국회의 예산국회화’도 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도 위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다음으로는 예결소위 활동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 바 있는 장소문제다. 예결소위 활동의 주된 장이 됐던 국회 638호는 예결소위 위원 13인, 각 부처 공무원, 예결위 소속의 전문위원, 의원들의 보좌관들, 취재에 열중하는 언론사 기자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다. 지난 70년대, 80년대 몇 조 또는 몇 십 조 단위 규모의 예산을 몇몇 관련인들이 협소한 공간에서 종전 관행에 맞추어 심사하던 소박한 시대의 산물임이 분명하다. 예결소위위원들이 관련예산을 심도 있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방이 있어야 함은 물론 소위의 회의실에는 신속한 정보의 획득을 위해 인터넷이 접속되는 컴퓨터도 비치돼 있어야 한다.
의사결정이 질곡에 빠졌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메커니즘의 부재도 지적하고 싶다. 특정 항목의 예산에 대해 소위위원들 사이에 토론한 이후 수용, 증액, 감액여부 등 예산심의에 관한 의사결정이 의사대립으로 인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완비돼 있지 않은 것은 문제다. 여야는 어차피 차기 집권을 위한 정략에 따라 대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숙명이지만 예산항목에 따라서는 탈이념적인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메커니즘의 부재에 대해는 국회법에 정해진 대로 표결을 하면 될 것 아닌가 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수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항목마다 일일이 표결을 하게 된다면 여야관계의 경색은 물론 소수를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은 이유를 막론하고 삭감될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점점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지방재정에 대한 대책부분이다. 종전 지방세의 주된 수입이었던 재산세관련부분을 국세로 전환해 지방재정을 악화시키더니 이번에는 종부세와 부가세제의 개편으로 인해 지방세수의 부족이 더욱 심화될 것이 예상된다. 예산심사를 할 때 예산담당 중앙부서 관리들의 뿌리 깊은 중앙집권적 사고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지방세수부족에 대한 우호적인 이해가 선결문제로 파악됐다. 현행법 하에서는 세입면에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6:4이나 정작 세출부분에 있어서 중앙과 지방의 비율은 2:8로서 국세의 지방세전환이 가장 급선무가 될 것이다. 지방세수의 부족을 보충하는 다른 방법으로는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의 신설 등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우는 아이 젖 준다고 하는데 지방자치단체의 울음소리가 더 커져야 하며 중앙정부도 기꺼이 젖을 주어야 한다.
마지막은 선심성 예산편성의 문제다. 13일 동안 거의 매일 초저녁에 뜨는 개밥바라기별(금성)은 물론 자정에 뜨는 화성까지 보고 지내어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예산심의에 화룡점정을 찍는 시기에는 합리적인 논리는 사라지고 힘의 대결이 주도하고 있었다. 지역구의원들과 당의 민원성예산편성은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는 당위성도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여과되지 않았거나 검증되지 않은 것도 숨어 있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조망해 불요불급한 예산은 편성되지 말아야 한다.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개선책이 제시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운영에 가장 기본이 되는 예산안의 편성, 심의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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