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모 경인여대 간호학과 교수

1990년대 농촌총각이 결혼할 짝을 찾지 못해 동남아시아에서 신부를 맞이하기 시작한 것이 우리나라 사람의 첫 외국인 경험이 아닐까 싶다. 그 이후 3D 직종의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서 근로를 하기 시작해 우리나라도 외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신부들이 소수를 차지하면서 사회적인 관심이 되기 시작했다. 이 중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하기 어렵고 다시 본국으로 되돌아가야 하지만 외국인 신부는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하며 제2세를 출산하고 양육한다는 점에서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본국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외국인이나 머물러 있어야 하는 외국인이나 관심을 가져야 하는 대상임에는 동일하지만 외국인 신부의 경우와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는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우선 알려두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대부분이 남성이며 본국으로 돌아갈 것을 전제로 입국하지만 외국인 신부는 여성이 단신으로 입국해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전제로 입국하는 것이다. 이들은 입국해 그들의 한국인 남편의 경제적인 위치로 인해 우리나라의 저소득층을 몸소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산업현장에서의 우리나라 문화를 우선 경험하지만 결혼을 하기 위해 입국한 신부의 경우는 일상생활에서의 우리나라 문화를 경험한다.
그러면 외국인 신부를 맞이하게 되는 우리나라 남성은 주로 어떤 남성인가? 우리나라 여성을 신부로 맞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남성이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의 여성을 신부로 맞이해 가족을 이루게 된다. 일반적으로 이런 남성들은 우리나라에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저소득층이며, 시부모님을 모셔야 한다거나 우리나라의 도시처녀들은 기피하는 곳에서 거주한다거나 하는 남성들이다. 여전히 전통적인 여성 비하적이고 남존여비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곳에 있는 남성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외국에서 혼자 결혼해 단신으로 머나먼 타국 땅까지 오게 되는 외국인 신부는 어떤 여성일까? 한국의 상대적인 경제적 우월성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신분상승을 꿈꾸며 한국을 찾는다. 또한 혼자서 이국 땅을 밟겠다고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으로 보아 결단력과 진취적인 여성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적으로 자신의 나라에서는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이 많다고 한다. 자신이 한국에 와서 자신의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을 바라고 오는 여성이 많아서 한국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가족을 생각하며 참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런 여성이 한국에 와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남편과 시부모의 구박을 받으면서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이런 여성들을 위해 정부는 이들에게 필요한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제공하고 있다. 이들에 필요한 것은 의사소통 능력과 적응능력을 위한 프로그램 그리고 제도적 정비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을 위해서는 언어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남편이 혹은 시부모가 이들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 한국에 오래 체류해도 언어습득이 되지 못한다거나, 또한 이렇게 한국에 빨리 적응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남편 혹은 시부모, 즉 외국인 신부를 받아들이려는 가족의 사고전환이 필요한데 프로그램제공은 주로 외국인 체류자를 위한 것이어서 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데 좀 더 효과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며, 프로그램 실시 이후 효과에 대해 검증하는 것이 또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외국인을 어떤 형태로는 받아들여 함께 다문화 공동체를 경험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지만 이제는 외국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이 일정 부분 우리 사회를 차지하고 있고 또한 어떤 형태로든 문화형성이나 경제적인 영역에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정을 이루고 차세대 인력을 만들어 내는 다문화 가족의 외국인에게 정말로 한국이 자신들을 위한 나라라고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인의 사고부터 전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 단 두 나라만이 단일민족으로 국가가 이루어져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여러 민족이 한 국가를 이루어 민족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러 민족과 더불어서 생활하는 다문화 공동체를 경험한 기간이 짧고 미숙하다. 또한 외국인에 대해 개방적이지 못하고 인간이 다양할 수 있음에 관대하지 못하다.
외국인 여성을 신부로 받아들이기 전에 우선 우리의 사고를 좀 더 다양하게 그리고 개방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이며, 어떤 요인들이 다문화가정을 이루는 데 어려움을 만드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다양한 가정과 인종 속에서 더욱 성숙한 한국의 문화를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게 생각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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