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광일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중앙집권적인 국가가 성립되기 이전의 공동체에서는 공동체 내에서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이탈(Exit)이었다. 왜냐하면 자연에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중앙집권적 국가가 생겨나면서 노동력의 동원을 위해 주민들의 지리적 이동에 제한을 가함으로써 국가가 사람들의 이탈(Exit)을 통제할 수 있게 됐지만 역설적으로 자본의 유출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즉, 상업의 발달에 따른 무역의 증가와 전제군주들의 자의적인 행동, 즉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화폐의 과다증액을 통한 인플레이션에 대항하기 위해 상인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동산(capital)의 성격을 이용해 자기방어적 메커니즘으로서 자본유출현상(capital flight)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자본유출현상에 대한 국가의 대처방안은 국가의 규모에 따라 다른 전략을 취하게 된다. 현재의 미국과 같이 거대한 국가에서는 자본유출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탈한 자본이 더 안정적인 장소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에서는 이탈의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자본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본주의를 강화시키는 방편으로서 항의(Voice)가 이탈(Exit)을 대신하게 된다.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현상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의 자본 유출현상을 볼 수 없는 것은 위에서 설명한 이유 때문이다.
이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은 한국경제의 건전성에 커다란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주들의 차입금 연장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자본 유출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모가 작은 국가들은 이에 대처하기 위한 방어 메커니즘을 구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유럽의 소국들이 자국기업을 방어하기 위해 일주일표제에 반하는 즉, 일주천표제와 같은 황금주를 인정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신대륙 발견으로 역사에서 볼 수 없었던 대대적인 이민이 신대륙으로 이루어졌는데(Exit) 이러한 현상을 수용한 유럽 국가들은 이런 기회를 활용해 불만세력을 이탈시키려는 속셈이 존재했기 때문에 이러한 대대적인 이민이 이루어 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인구유출 문제로 과거에 어려움을 겪었던 아일랜드와 동독을 비교해 보면 동독은 베를린 장벽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아일랜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대응한 결과 동독은 무너지고 아일랜드는 한동안 번영을 누린 사례를 들 수 있다. 즉, 규모가 작은 국가들은 규모가 큰 국가들에 비해 국가를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야만 자본과 우수인력의 유출을 막아낼 수 있다.
그럼 매력적인 국가를 만들기 위한 많은 조건들 중에서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은 그 국가가 제공할 수 있는 공공재(Public goods)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기러기 아빠들의 존재는 교육이라는 공공재를 만족스럽게 제공하지 못함으로써 생겨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이번 위기를 계기로 현 정부는 자본과 우수인력 유출을 막아내기 위한 매력적인 국가건설을 위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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