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남 보성초등학교 교장 자살 사건은 차 심부름 등이 발단이 됐다. 차 심부름은 흔히 인격을 무시하고 성 차별적 업무로 간주돼 있어 일반기업에서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부분이다. 이 말은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학교와 학부모들은 고의적으로 차 심부름을 시킨 것이 아니고 윗사람에 대한 존경의 의미일 뿐, 교사를 무시하고 여성이기 때문에 차를 타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소한의 예의'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이번 사건은 봉건적인 문화 풍토이며 기본적으로 학교 현장의 부당한 관행을 시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이라며 일각에서 사건의 본질을 망각한 채 `마녀사냥'식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느 쪽의 입장이 `옳다', `그르다'라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양쪽 모두 한 목소리다.
 
변화의 바람은 인천지역 학교들도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인천에는 이미 작은 변화가 있었다. 일부 학교 교장실에 커피 자판기가 설치돼 있는가 하면 차 세트가 마련돼 있다. 손님이 오면 교장이 직접 차를 타고 나른다. `교장실의 커피 자판기', 분명히 작은 변화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비춰지는 모습은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전교조 인천지부 한 관계자는 “교장실에 커피 자판기가 설치돼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다”며 “문제 유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보성초교 교장실에 커피 자판기가 설치돼 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단순한 생각을 해본다. 서승목 교장의 명목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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