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득표(객원논설위원, 인하대 교수)

정치를 로마신화에 나오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Janus) 신에 비유하기도 한다. 정치를 희망, 꿈, 비전, 기대, 감동, 통합, 평화, 자유, 복지, 안전 등과 같은 밝고 긍정적인 면과 대립, 갈등, 투쟁, 위기, 불안, 혼란, 반목, 권모술수, 야합, 이전투구, 부정부패 등과 같은 어둡고 절망적인 측면 등 두 개의 얼굴이 있다는 시각에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에게 국민은 없나

새해 벽두부터 정말 안 된 말이지만 한국정치는 그 동안 두 개의 얼굴 중 유독 부정적 측면의 어두운 정치가 판을 쳤다고 볼 수 있다. 나라가 금융위기, 경제위기를 맞아 어렵고 국민이 못 살겠다고 아우성을 쳐도 정치는 마이동풍이다. 국민이 질타하든 말든, 여론이 악화되든 상관하지 않고 정치인과 정파만을 위한 잔치판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 뒷전이다. 자기들끼리 즐기고 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모 정당의 국회의원 공천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아무개 교수에 따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천을 따내려고 투쟁하는 모습, 자파세력을 공천하기 위해서 계파 간 벌어지는 혈전, 지역구 여론이나 인물보다는 연고나 친분 등을 중시하는 정치판을 목격하면서 환멸을 느꼈다고 한다. 값지게 얻은 결론은 ‘정치인에게 국민은 없으며, 국민만 불쌍하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들의 영달과 출세 그리고 권력 획득을 위해서 눈이 멀어 있는 정치인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위기의 시대에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과 꿈을 주기는커녕 국민을 좌절과 절망과 분노케 하고 있다. 국민을 손톱만큼이라도 생각한다면 국회에서 어떻게 쇠망치, 소화기, 전기톱을 등장시키는 정치 상황을 연출했겠는가?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되는 저질스럽고 혐오스러운 정치를 언제까지 보고 살아야 하는가? 그 장면을 목격한 국민은 누구나 조폭만도 못한 막가는 국회를 아예 없애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안 된 말이지만 모든 정치인들을 지구 밖으로 퇴출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정부 수립 60년이 지난 한국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행태는 조금도 변한 것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어떤 형태든 바뀌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거늘 어떻게 정치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일까? 더 이상 갈등적 측면의 부정적 정치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정치에 신물이 났다. 정치란 말을 꺼내기조차 싫어졌다.

하지만 사회를 위해 희소한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활동인 정치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새해를 맞이해 한 가닥 기대를 걸어본다. 새해에는 정치다운 정치를 보고 싶다. 야누스 신의 두 개의 얼굴 중 긍정적인 모습의 정치를 보고 싶은 것이다. 부정적 측면의 모습 때문에 실종됐던 정치를 밝고 환한 미소의 얼굴을 띤 정치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긍정적 측면의 정치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 관계가 본질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정당 간 정책을 놓고 자유롭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모습이 요구된다. 여야 간 입장 차에 대한 맹목적인 반대나 거부보다는 관용성이 요구된다. 당리당략을 초월해 국민을 위한 초당적 협력성이 요구된다. 여야 간 대립과 반목 일변도의 사생결단식 관계에서 건전한 경쟁성, 넓은 관용성, 상호협력성이 조화를 이루는 긍정적 모습의 정치를 보여 줄 것을 기대한다.

           국민을 감동시키는 정치를 기대한다
  
다음에 필요한 것은 사회침투력 증대를 들 수 있다. 정치가 사회에 침투돼야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정치가 국민 마음속에 침투하지 않으면 국민과 정치가 따로 놀게 된다. 정치가 국민의 심리적 유동성(psychological mobility)을 자극해 국민의 심금을 울리고,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국민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어야 한다.
한마디로 정치가 국민과 감정이입(empathy)에 성공할 때 국민은 감동을 받게 된다. 국민을 감동시켜 정치에 대해 혐오와 불신 대신 희망과 꿈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야누스 신의 밝고 웃는 모습의 정치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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