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옥(공존회의 공동대표)

 최근 정부와 자치단체의 개발사업을 두고 황금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로마시를 불 지른 네로 황제에 관한 이야기가 관심을 끈다. 승리에 도취해 별 것 아닌 전쟁을 뻥튀기 하고, 자신의 올림픽 출전을 위해 개최시기를 바꿔 두 번 치루었다거나, 좋아하는 연극엔 반드시 자신이 출연했다는 기이하고 엽기적인 행동의 주인공 네로 황제. 하지만 로마시 방화사건을 두고 그가 저지른 것이 아니라 개발이익에 눈이 어두운 반대파에 의한 의도적인 사건이라는 설도 있어 역사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는 로마시의 방화사건에 대해 ‘누가 도시를 불태웠는가’하는 역사적 인물의 성격을 반추해보는 의미뿐만 아니라 부와 명예, 탐욕의 사유물로 도시를 대상화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부의 확대를 위한 투기적 행위는 인간의 경제적 행위의 하나이고, 고대시대라고 이러한 행위가 전혀 무시돼야 하는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투기적 목적의 재건축으로 명예와 부를 얻기 위해 누군가 일부러 불을 질렀을 것이라는 역사가의 해석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비밀부대를 동원해 불을 질러 황금이 뒤덮인 왕궁을 건설, 도시의 위용을 드러내고 싶다거나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을 쌓고, 상공업의 활동과 인근국가로의 교역확대를 목적으로 도시를 확대하는 등의 행위는 인간의 정치, 경제 및 사회적 활동의 역사이기도 하다.
한편 이러한 수천 년의 도시의 변천과 그 배경에는 인간의 정치적 욕망과 투기, 탐욕이 항상 깔려 있으며, 이러한 인간의 행위는 시대 변화에 따른 사회 철학과 집단의 이익, 도시와 경제활동의 규모, 인접도시 또는 국가와의 경쟁적 관계에 따라 서서히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시의 생성과 발전, 쇠퇴, 그리고 재구성되는 도시의 역사를 1인의 부와 명예를 위한 치열한 쟁취의 사물로 바라볼 것인지, 아니면 다양한 삶의 가치가 공존하고 포효하는 공간으로서 생명이 있는 유기체로 볼 것인지에 따라 도시가 시민과 함께 공간에서 살아 숨쉰다. 다시 말해 도시는 하루 아침에 생성, 발전해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시의 역사적 유산에 대해 현대인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각 국가들이 스스로 유산을 보존,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인류학자와 고고학자들이 지구촌을 찾아 연구하는 이유도 이러한 도시 생성의 필연성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사물이 그러하듯이 도시 역시 인과(因果)의 문제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열쇠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오늘 인천은 도시변화의 필연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고 있는 것일까. 용역회사의 도시 재창조 그림은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상투적으로 찍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도시의 창조로 시민을 변화시키는 덤까지 도모하겠다는 발상도 그럴 듯 해 보인다. 그래서 도시개발의 천박성만 보일 뿐 역사성은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혹여 미래도시를 지향하면서, 사람을 과거로 돌리려는 발상은 아닌지 궁금하다. 그래서 모든 인천시민이 새로운 판짜기와 천지개벽의 도시탄생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시민이 미래 인천의 시민인지 인천의 도시개발을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천천히 가도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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