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인류 역사상 가장 독보적인 역할을 한 가축이다. 살아있는 동안 온갖 힘든 일을 견뎌내고 죽어서는 피 한방울까지 사람에게 바치는 희생의 대명사. 그래서 흔히 사람들은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라고 말하곤 한다.

소는 신석기시대 초기부터 인간에 의해 길들여졌는데 서남아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그 증거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낙동강 유역 김해의 조개무덤에서 발굴된 소의 두개골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신석기시대인 기원전 2000년의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소는 주로 농사를 짓거나 사람이나 짐을 나르는 데 사용됐다. 또한 예로부터 큰 재산으로 여겨졌는데, 이를 상아탑에 빗대 우골탑(牛骨塔·소를 팔아 대학에 보낸다는 뜻)이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제사 때는 돼지와 함께 희생되기도 했으며, 어깨뼈를 불에 구워 점을 치는데 이용되기도 했다. 소는 종종 이야기나 속담에도 등장한다. 순하고 듬직한 존재로 인식돼 있으나 힘과 고집이 세다고 해서 인격체로 다루어지기도 한다.

때론 인류에 해로운 동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소가 되새김질을 할 때 트림을 하면서 메탄가스를 발생시키는데, 이 때문에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올라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소에서 발생하는 메탄의 양은 사료의 구성에 따라 달라지며, 사료에 마늘을 섞으면 그 양을 50%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고, 수증기나 이산화탄소 등 지구온난화 주범에 비해 그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기도 했다.

이렇듯 소는 인류에게 가장 유익한 가축으로 여겨져 왔지만 한국인들에게 사랑받은 진짜 이유는 바로 특유의 충직함 때문일 게다. 선한 눈망울로 되새김질을 하며 늘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온 가족과 같은 존재인 소처럼 새해에는 끈기와 성실함을 바탕으로 우직하고 보다 부지런히 살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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