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연 인천시약사회장이 오늘부터 매월 첫째 주, 셋재 주 화요일 ‘김사연 칼럼’을 집필합니다. 김 회장은 인천만수초, 인천송도고, 성균관대 약학대학을 졸업했으며 2004년부터 인천시약사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1991년 월간문학 신인상(수필)으로 등단한 김 회장은 한국문인협회와 인천문인협회 회원으로서 티브로드 남동·새롬·서해방송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과 인천지검 의료자문위원, 형사조정위원, 구속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거주세요’(건강수필집, 1997년)와 ‘김약사의 세상 칼럼’(칼럼집, 2003년)등을 저술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지역사회의 각계 흐름을 촌철살인으로 꿰뚫을 김 회장의 칼럼에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편집자 주>

 

인천시가 ‘인천타이거항공’ 설립을 포기했다는 낭보가 2009년 새해 벽두에 들려왔다. 슬기로운 용단을 내린 안상수 시장에게 인천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를 드린다.

▲ 인천시약사회장/수필가

인천시는 2009 세계도시축전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 등 국제행사에 저렴한 인천타이거항공을 이용할 수 있도록 2007년 11월 5일 싱가포르 타이거 항공과 인천항공의 저비용항공사(LCC) 설립 공동합의문을 작성했다. 이어, 지난해 1월 31일에는 인천타이거항공 설립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인천에서 4시간 이내 비행거리인 중국, 일본, 극동러시아, 몽골 등에 저비용 국제항공을 운항키로 합의했다. 인천시는 지난해 ‘싱가포르 타이거항공이 설립자본금 200억 원을 모두 부담하고, 51%에 해당하는 102억 원의 주식을 인천시에 무상으로 기부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인천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연매출의 2% 가량을 로얄티 명목으로 시에 제공하고, 국내 노선에 취항할 항공기 2대의 동체에 2009 인천세계도시엑스포, 2014 인천아시아 경기대회 홍보 그림을 도색하도록 했다.

문제는 항공기의 조달과 정비, 운항, 마케팅 등 사업의 주도를 실제 전문 경영능력과 노하우를 갖춘 타이거항공이 사실상 좌지우지할 것이란 여론에 있었다. 반면에 51%와 49%의 법적인 권리와 의무의 차이점 때문에 51%를 소유할 인천시가 적자발생과 비행 중 안전사고 등을 책임져야 한다. 결국 세계 4위인 싱가포르항공과 타이거항공의 대주주인 싱가포르 정부가 인천-타이거항공이라는 한국 항공사 간판을 달고 무임 승차식으로 한국의 저가항공에 뛰어들어 한·중·일 3국 항공시장을 잠식하려는 의도로 밖에는 볼 수 없었다.

다행히 국토부는 지난해 4월 ‘국내선에서 1년 이상, 1만 편 이상 무사망 사고의 운항을 해야만 국제선에 취항할 수 있다’는 기준을 내부지침으로 마련해 인천-타이거항공이 국내선부터 먼저 취항토록 했다. 지난해 10월 24일 인천시 국정감사에서도 국회의원들은 ‘공공기관인 인천시가 해외 항공사에 50%에 가까운 지분을 보장한 것은 항공주권을 포기한 것’이라며 인천타이거항공의 면허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게다가 싱가포르 타이거항공은 항공사설립 자본금 납입 기한인 지난해 11월 15일까지 자본금을 입금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경영난에 대한 우려도 큰 걸림돌이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맞아 지금까지 전 세계 30여 개의 항공사가 도산했고 앞으로도 30여 개가 더 파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최대 항공사인 한성항공도 이미 운항을 중단했다. 현재 국제선 면허를 신청한 국내 항공사는 한성항공, 제주항공, 영남에어, 중부항공, 부산항공, 퍼플젯, 이스타항공, 서울항공, 에어코리아 등 9곳이나 된다. 여기에 인천항공까지 가세한다면 좁은 땅덩어리인 나라에서 10개의 저가항공사 간의 출혈경쟁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것이다. 저가 항공사 간의 출혈 경쟁은 서비스 부재의 차원을 넘어 항공기의 안전한 정비와 관리, 승무원의 자질문제에 부딪혀 결국 대형 인사사고와 연관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제주에어 고위 관계자는 “저가항공은 초창기에 흑자를 기대하기보다 매년 100억~300억 원씩을 계속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설립한 지 3년이 지난 현재의 적자는 244억 원으로 설립자본금 200억 원을 초과했다”털어놓았다. 그는 ‘인천시 역시 1~2년 내에 자본금을 잠식당하면 결국 시민의 혈세로 충당해야 할 우려가 크다’는 경고성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애당초 인천경실련은 ‘민간부문의 경쟁시장에 공공부문이 참여하는 것은 반시장적인 행위’라며 사업추진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시민공청회를 제안한 바 있다. 국적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공공기관인 인천시가 저가항공 시장에 직접 뛰어 들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며 특혜 논란을 강경하게 제기했다.

지난 연말 인천시와 대한항공은 ‘진에어 본사의 인천 이전, 인천시의 진에어 성장 지원, 세계도시축전 및 아시안게임 협력 지원 등’을 골자로 한 ‘항공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인천타이거항공 설립 포기를 마무리했다. 그 동안의 경과를 지켜보며 안 시장에게 고언 한마디 하지 못한 측근들과 인천시의회의 정체성에 의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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