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선 고양시국제화전력사업본부장
 고양시정에 있어서도 곳곳에서 줄탁동기(口+卒 口+豕 同 機)가 이루어져야 한다. 줄탁동기는 중국 송나라 시대에 선종(禪宗)을 대표하는 책 벽암록(碧巖錄)에서 나온 말로 병아리 또는 난태성 동물의 새끼들이 알에서 부화할 때 안에서 새끼가 알껍질을 두드리면서 신호를 보내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새가 밖에서 알껍질이 잘 깨지도록 부리를 쪼아주는 것을 ‘탁’이라고 한다. 이것이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동시에 이루어져야 새끼가 별 탈 없이 세상의 광명을 볼 수 있으므로 어미의 조력이 매우 중요하다. 행정에서 줄탁동기가 안 일어난 경우와 잘 이루어진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시장님, 25m 수영장을 50m로 바꿔야겠습니다.” 앞으로 수영경기도 치러야 하고 장기적으로 볼 때 애초 생활체육개념을 갖고 시작한 25m 수영장은 시기적으로 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국장이 시장에게 건의한 내용이다. 그러나 시장은 호통치며 나무란다. “고양시의 참모라는 사람이 그렇게 머리가 안돌아가나. 50m가 필요하면 25m를 두 번 왕복하면 되지 꼭 50m로 늘릴 필요 있나.” 그 후 새로 부임한 시장 이하 실무자까지 재논의를 해 덕양어울림누리에 국제공인 2등급의 50m 정규 수영장이 건립됐다.

덕양어울림누리는 당초 복합시설단지임에도 주차 대수 등 법적 주차기준만을 확보하는 정도였으나 공연장, 빙상장, 수영장이 일시에 사용되는 최고 혼잡시간대에 일시에 주차수요가 집중됨을 고려할 때 기존 주차대수 가지고는 도저히 그 수요를 충족할 수 없었다. 실무진과 고민 끝에 별따기 배움터와 어울림극장 사이 공간에 300대 분의 주차장을 추가 확보키로 하고 어렵게 예산을 확보해 공사를 시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사를 시작도 하기 전에 중앙지에 주차 한 면에 RV차량 1대 가격인 2천700만 원이 들어가는 황제주차장을 짓는다고 보도가 됐다. 확인 결과 지하주차장 1면을 건립하려면 중앙복도, 출입구 포함해 1면당 30~33㎡가 소요되는 결과가 돼 중앙지 보도처럼 고가의 주차장 건립비가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주차장이 부족할 경우 공연장, 빙상장, 수영장 건물만을 덩그마니 지어놓은 애물단지로 전락할 게 뻔해 공사를 강행했고 고양어울림누리의 주차난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지나고 생각하니 황제주차장도 꼭 지어야 할 상황이면 지어야 된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아람누리는 설계, 시공 일괄방식에 의해 발주된 문화시설로 최초 발주 당시에는 지하철공사의 반대로 정발산역에서 아람누리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직결 연결 통로가 없어 공연장 접근성에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고양시에 공연장이 덕양어울림누리도 있는데 과투자가 아니냐는 시민단체의 성토가 빗발쳤다. 심지어 아람누리 대공연장을 여러 개의 벽면으로 구획해 중·소 규모의 극장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와 공사가 6개월여 지연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결국은 시민단체 전문가와 시가 함께 토론회를 열어 다양한 의견을 들어본 결과 현 상태에서 공사를 중단하고 설계변경해 용도를 변경한다면 설계변경에 소요되는 비용 약 300억 원이 추가로 소요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볼 때 공연장은 그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지 과투자하는 사항은 아님이 결론이 난 바 있다. 아람누리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역에서 아람누리로의 직접 연결통로는 지하철 공사와 끈질긴 협상 끝에 아람누리 맞은편 롯데백화점과 같이 정발산역에서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불편 없이 직접 아람누리 해받이 광장으로 접근할 수 있게 설계를 변경할 수 있게 됐다.

우리집에서 토종닭이 15개 달걀을 품어 부화를 시도했으나 21일 되는 날 줄탁동기가 잘 돼 부화된 알은 5개밖에 안 됐다. 어미닭이 나머지 알은 포기하고 5마리 병아리를 돌보기 시작하는 광경을 보면서 줄탁동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줄탁동기는 부부간, 가족간, 상사와 부하간, 동료간, 타 부서간, 이웃간, 친구간 끊임없이 일어나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은 물론 고양시를 베드타운 개념에서 국제적인 산업 전시장을 갖춘 활기찬 도시로의 변모를 가져오게 한 KINTEX 전시장 건설사업도 잘 증명해주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초기 기획시 대화역과 연결통로 설치, 충분한 주차시설 확보, 종합운동장에 가변성 있는 축구전용경기장 건설, 경제성 있는 부대시설의 활성화 대책 미흡 등 아쉬움이 많은 사업인 고양종합운동장 건립은 줄탁동기가 제대로 안 된 사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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