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식/시인 · 인천문협 회장

 어제 10일이 국보 1호 숭례문 화재 전소 1주기다. 1년을 지내고 보니, 그날 두고두고, 또 절대로 참을 수 없을 것 같고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비통함, 자괴감, 죄책감, 아쉬움, 분노가 다 사그라져 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시민들도 이제는 모두가 덤덤해진 것 같다. 사람이 통분함만을 매양 가슴 속에 불태우고 살 수는 없거니와, 또 모든 문화재에 대한 방재·경보 조치가 가일층 강화되고, 숭례문 역시 계획대로 복원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이니 평정심을 가지고 일상에 충실하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이렇게 모두 안심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해도, 전국의 문화재를 관리하는 공무원들만은 절대 예전처럼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다. 단순히 그들만이 지어야 할 책임은 아니라 해도, 그들은 어이없는 화재로부터 국보 1호의 소실을 막지 못한, 전에도 없고 후에도 있어서는 안 될 그야말로 ‘국가적인, 역사적인’ 대실수를 했었으니 그때 다잡았던 경계심과 재발 방지의 다짐을 결코 늦추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제 서울의 모 일간지 인터넷 판은 “언제 국보1호 꼴 당할지… 잠 못 드는 보물 1호”라는 기사를 싣고 문화재 방재시스템의 문제점을 몇 가지로 지적한 것이다. 기사의 제목만으로도 언뜻 보물 1호 흥인지문(동대문)이 처한 현재 상황이 적잖이 위태롭고 걱정스럽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정말이지 오죽 시급하고 염려스러웠으면 “잠 못 드는 보물 1호”라는 표현을 썼을까.
전문가의 지적은 이런 내용이었다. ‘흥인지문 근처 주차가 금지된 곳에 주차를 하는데도 아무런 제지가 없다가 15분 후에 황급히 차를 빼야 한다고 연락을 했다’거나, ‘문 주변을 촬영하는 폐쇄회로 CCTV는 늘었지만 현실적으로 비상시 초기 대응이 어렵다’거나, ‘내부에는 여전히 화재자동경보기가 설치되지 않았다’거나, 또 ‘현장 경비 인력이 모두 육체적으로 신속한 대응이나 물리력을 사용해야 할 경우 비교적 고령이라고 할 수 있는 50~60대 연령층’이라거나, ‘목재 문화재 화재에는 필수인 청정소화기 대신에 값이 저렴한 분말소화기를 비치했다’거나 하는 기본적인 것들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국보 1호의 소실을 통해 뼈아픈 교훈을 얻고도 아직 고치지 못한 “문화재 방재·경보 시스템의 현주소”라고 그 전문가는 지적했다. 이 고질적인 ‘대강대강’의 폐습이 언제 사라질 것인가? 국가 자손만대 길이 보존해야 할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무신경, 무사명감을 어떻게 일깨워야 하는가? 거기에 “형식적으로 숫자를 채우는 데 급급”한 방재시설과 툭하면 쇠사슬을 걸어 입구를 잠그거나, 아무렇게나 제작한 ‘금연’ ‘접근금지’ 따위의 임시 안내판 등을 부착해 문화재의 격을 떨어뜨리는 마구잡이 처사 역시도 그 전문가와 기자는 한목소리로 한탄했다.
비슷한 시점인 지난 6일자 기호일보는 “인천향교 등 방재시스템 구축”이란 기사를 실었다. 우선 올해 인천향교와 인천도호부청사에 필요한 방재시스템을 설치하고 강화 교동향교 등 8개 문화재에는 경보설비를 갖춘다는 것이다. 더불어 인천시가 내년부터 2013년까지 6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목조 문화재에 대한 방재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는 보도도 곁들였다. 그러면서 또 “제2 숭례문 참화를 방지하기 위해 문화재별 관리 실태를 확인하고 화재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있다”는 시 관계자의 말도 덧붙였다.

시의 계획은 실로 당연한 것이고, 관계자의 말도 역시 백번 마땅한 발언이다. 그러나 여기에다 한 가지 조언을 해 두고 싶다. 그것은 오늘 ‘흥인지문의 방재시스템에 대한 실상’을 한탄해 마지않은 그 문화재 전문가의 지적을 ‘우리 인천 문화재의 관리 실태를 점검하는 체크리스트로 사용’하면 어떻겠는가 하는 점이다. 아마 그의 지적대로만 관리한다면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문화재는 절대 안전할 것이고 시민들은 다시는 비통함, 자괴감, 죄책감, 아쉬움, 분노 속에 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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