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선 객원논설위원(중부대학교 총장)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금년 내에 자율고 30곳을 새롭게 지정하고, 기숙형 공립고 60곳과 산업수요 맞춤형 고교인 마이스터고 20곳을 추가로 선정하기로 하는 등 2012년 까지 자율고 100곳을 포함한 기숙고 150곳, 마이스터고 50곳을 신설 또는 지정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기존의 외국어고와 과학고로 대표되는 특수목적고 등을 포함해 일반국민들에게는 명칭조차 헷갈리는 고교 다양화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고교 체제를 다양화 해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더욱이 이른바 중3병으로 불리었던 고교입시 병폐를 시정코자 1974년부터 시행해온 고교평준화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학제 개선의 대안으로 고교교육의 다양화와 자율화가 널리 거론돼 왔다. 교육의 평등성과 수월성은 사회 투자의 차원에서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 엘리트 교육과 대중 교육은 어떻게 전개해야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가, 그리고 복지의 차원에서 볼 때 우리 교육에서 소외된 지역이나 집단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등의 여러 가지 내용들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평등성과 수월성이 대립되는 개념으로 이해돼 왔으나 최근에 와서는 두 가치가 서로 동반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교 교육의 목표는 모든 학생이 모든 교과목에서 기초학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자에게 고유한 적성과 능력을 최대한 개발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데 두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인간의 적성과 능력을 다중지능, 정서지능, 사회지능, 실천지능 등의 개념으로 확장하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단 하나의 잣대로 학생들을 한 줄로 세워 다른 종류의 재능을 갖춘 많은 학생들을 열등감을 갖게 하고 심지어 패배자로 만들어 온 것이 그 동안 우리의 고교제도가 끼친 폐해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교 선택권을 확대해 다양성과 창의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환영할 만하다고 본다. 다만 고교 다양화는 제도 그 자체만으로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종전처럼 전문계고에 입학하는 상당수의 학생과 학부모들까지도 상급학교 진학 위주의 획일화된 진로로 귀결하도록 했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인 된다. 다양화된 고교체제에 적합한 다양한 진로프로그램 설계가 선행돼 이를 성공시키도록 정책적 관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일부 특성화 고교의 사례에서처럼 탁월한 진로실적이 나타나면 우수한 학생들은 스스로 몰려들게 마련이다.다양해지는 고교들이 각기 적합한 교육프로그램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사실을 중시해 적극 지원해야 한다. 고교다양화는 진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들 각자가 최고라는 독창성과 자부심을 확장해 나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고교의 체제는 다양화 했으나 모두가 똑같이 특목고처럼 특정 대학교나 해외 명문대학 준비에만 치중한다면 다양화의 명분은 상실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나아가 특목고와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투자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고교체제로 인식될 것이다.
자율고 등을 도입해 고교가 다양화된다고 해도 일반고가 방치되는 현상이 나타나면 공교육은 무너질 우려가 있다. 고교 다양화는 학교 간 건전한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전체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일반계 고등학교들 자신들로 교육경쟁을 향상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행정당국도 일반고 지원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필요한 행정적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 예컨대 자율고 100곳 지정으로 발생하는 학교지원 예산 2천500억 원을 모두 일반고에 지원하는 계획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또한 일반고의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권을 확대해 각 고교가 특성화를 위해 스스로 창의적 노력을 강화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진로 대안을 책임있게 보장하는 학교로 거듭나야 고교다양화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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