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1세, 기억의 저편
저자 이붕언. 역자 윤상인. 동아시아 출판. 404쪽. 1만8천 원.
“태어난 고향에 돌아가면 학교와 산천초목이 마중 나와 줄 것 같은 생각이 든다오. 우리들은 떠돌이 생활이오. 눈밭을 떠돌아다니는 초목이나 진배없다오. 우리들은 나그네라오, 나그네….”(이현달·86)
식민지 조국에서 태어난 죄로 전쟁의 노동력으로 강제 동원돼 일본에 건너온 사람들, 해방 후 먹고살기 위해 현해탄을 건넌 사람들, 한국전쟁과 제주도 학살을 피해 어쩔 수 없이 조국을 떠난 사람들.
하지만 일본에서의 삶은 더욱 녹록지 않았다. 공사판 막노동, 넝마주이, 돼지치기 등 온갖 험한 일을 하며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 속에 살아야만 했다. 바로 ‘재일(在日)동포 1세’들의 이야기다.
재일동포 3세 사진작가 이붕언(50)씨가 이들의 이야기를 책 한 권에 담아냈다. 지난 2001년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사로잡힌 그는 해답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섰고, 5년에 걸쳐 일본 전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재일동포 1세들을 만났다.
홋카이도의 외진 산골에서 멀리 오키나와까지 발품을 팔아 만난 이들만 해도 100명. 하지만 몇몇은 인터뷰를 거절했고, 또 몇몇은 인터뷰는 했어도 책에 수록되는 것만은 사양했다.
이렇게 해서 해녀, 어부, 고물상, 택시운전사, 전당포, 야키니쿠집 혹은 파친코 주인, 민단·조총련 활동가, 피폭자 등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을 91명의 이름 없는 재일동포 1세들의 삶이 책 한 권으로 묶여졌다.
온갖 차별과 핍박, 가난과 전쟁의 공포를 딛고 삶을 지켜온 이들의 파란만장한 일생은 주체할 수 없는 먹먹한 감정을 전달한다. 또한 함께 실린 사진은 그간의 삶이 얼마나 지난했는지, 그들의 존재를 외면해온 우리의 역사가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24살이 되던 해 야마무라 도미히코(山村朋彦)라는 일본식 이름을 버리고 본명인 이붕언으로 살겠다고 선언한 저자는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재일 1세의 궤적을 어떻게든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고 싶었다. 아니 세상에 내놓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굳게 믿었다. 모든 것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간다. 시간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간다. 한일병합 후, 전쟁 전과 전시 그리고 전후. 그것은 재일 1세가 차별과 편견 속을 헤치며 살아온 역사이다.”

바보 별님(정채봉 동화작가가 쓴 김수환 추기경 이야기)
저자 정채봉. 출판사 솔. 190쪽. 9천500원.

   
 

동화작가 고(故) 정채봉(1946~2001)씨가 쓴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 이야기. 지난 1993년 5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소년한국일보에 ‘저 산 너머’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작품으로 추기경의 뜻에 따라 선종 후 출간됐다.
책은 신심이 독실한 아버지와 포목 행상을 하며 자식들을 키워낸 강인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 모습을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책의 1부는 병인박해(1866년) 때 순교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부터 군위초등학교 5학년이 되기까지를 그린 이야기로 김수환 추기경을 주인공인 ‘막내’로 삼아 서정적인 문체로 꾸려나간다. 또 2부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이 직접 ‘나’로 나서 자신의 삶을 구술하는 형식이다.
고 정채봉 작가는 당시 연재에 앞서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추기경이 성장한 경북 군위의 옹기골마을과 다니던 초등학교 등지를 둘러보고 나눴던 이야기를 담았다. 동화작가 특유의 해맑고 포근한 글은 김 추기경의 온화한 미소를 떠오르게 만든다.

보틀마니아

   
 

저자 엘리자베스 로이트. 사문난적 출판. 306쪽. 1만5천 원.
‘천연, 자연, 순수’라는 말에 감춰진 생수 산업의 이면을 다룬 책. 환경전문작가인 저자는 우리는 왜 물을 사먹으며, 사람들은 왜 수돗물에 등을 돌리게 됐는지, 생수와 수돗물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다국적 기업의 생수공장과 취수원, 생수회사와 대립하는 소도시, 미국 내 대규모 상수도 시설 등을 취재하고 물 관련 공무원, 환경운동가, 수원지 주민들을 인터뷰한 저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물에 대한 상식을 뒤집는다.
특히 생수가 과연 안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저자는 “수도시설은 매년 수십 번씩 검사를 통해 주정부나 연방정부에 보고하지만 생수공장은 자체 조사에 그칠 뿐”이라며 수돗물이 최소한 생수 못지않게 좋거나, 오히려 생수보다 더 좋은 물이라고 주장한다.
또 그는 생수를 생산하고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버려지는 플라스틱 생수병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도 심각하다며 일침을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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