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식/시인·인천문협 회장

 ‘작은 도서관 만들기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근일자 모 일간지의 보도다. 기사의 주 내용은 금년 중으로 인천시 남구청이 관내에 8개의 작은 도서관을 개관한다는 것이다. 작은 도서관 개설에 관한 시 차원의 연차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남구청이 다른 자치단체에 앞서 선도적으로 이 사업에 착수한 것으로, ‘활기를 띤다’는 표현이 틀리지 않는다.

작은 도서관은 전문 도서관은 아니다. 주 기능이 도서관이면서도 주민 편의적 기능을 가지는 공간이다. 다시 말해 ‘생활 공간 가까운 곳에서 지식 정보 및 생활 문화 서비스를 손쉽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생활 친화적 도서관 문화 공간’인 셈이다. 이 도서관들은 주로 기존의 주민자치센터를 리모델링하거나 인구 1만 명 이내의 통합 동의 잉여 주민자치센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개중에는 한두 군데 부지를 매입해 신축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때문에 그다지 큰 예산도 들지 않는다. 8개 도서관 개관을 위해 남구가 책정한 예산이 40억여 원에 불과하다.  
남구는 지난 2007년 학익2동 주민자치센터를 리모델링해 개관한 학나래도서관을 필두로 해 금년 4월 도화1동의 복사꽃도서관과 7월 중에 5곳, 10월 중에 두 곳 등 도합 8개의 도서관을 개관하려는 것이다. 이 발상의 중점은 각 동마다 1개씩의 도서관을 건립해 ‘마을 단위의 지역 문화 형성의 복합적 기능 수행과 지역 간 조화로운 균형 발전’이라고 한다. 물론 이런 공무원식 발상의 사업 목적이 아니더라도, 도서관을 만들려는 그 애초의 구상은 신선하고 유익하고 재미있다. 아마 종래 같았으면 이런 사업은 시나 교육청이 주관할 것으로 생각해 그냥 지나치거나, 아니면 그냥 ‘형식적이고 무미한 주민 공간’으로 남겨 두기가 십상일 터인데 남구청은 이런 도식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아주 적극적으로 시민에게 도서관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무룻 주민과 최일선에서 접하는 기초자체단체로서 이 같은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마인드는 상찬과 격려를 받을 만하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이런 것이 바로 위민행정의 표본이요, 주민중심 사고(思考)의 증거가 아닐까 싶다. 이 도서관들의 규모나 설비는 어느 곳이나 비슷해 대체로 140~380㎡ 규모에 장서 5천 권 내지 1만 권 수준의 ‘서가, 프로그램실, 열람실, 영유아 수면실’ 등을 갖춘 모습이다. ‘각 지역 간 조화로운 균형 발전’이라는 사업 목적을 거스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모든 동의 도서관이 동일한 모습으로 개관되기에 이르렀는지 모른다.

아쉬운 것이 바로 그 점이다. 기왕에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을 할 바에야 좀 더 시야를 넓혀 특화 도서관을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숭의1동 도서관은 ‘인천문학 전문 도서관’, 도화3동 도서관은 ‘사진광학서적 전문 도서관’, 복사꽃도서관은 ‘미술서적 전문 도서관’ 등 이런 식으로 소규모 전문 도서관을 만들었다면 오늘날 극도로 세분화되고 있는 전문 지식 정보 제공에 더욱 유용하지 않았을까. 모르긴 해도 1만 권 정도의 전문 서적을 가지고 있다면 일반인들의 지식 욕구 충족에 크게 미흡하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에 같은 구 안의 각 동마다 특화 도서관이 산재해 있음으로써 생기는 이점도 있다. 평일은 물론이거니와 주말 같은 때에는 도서관 이용 주민들이 특화 도서관을 따라 다른 동으로 이동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주민 교류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관계자들이 이런 생각을 했었는지 아니면 사고가 오늘의 그 정도 도서관에 머물렀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남구의 작은 도서관이 전국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꼼꼼한 설계와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들으며 설계와 운영의 모범뿐만이 아니라 이런 소규모 특화 도서관의 모범도 보였다면 정말 금상첨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남구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아쉬움은 바로 이렇게 남는다. 남구가 이미 세운 계획을 바꿀 수 없다면 이제 시작하려는 다른 구에서는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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