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선 객원논설위원/중부대학교 총장

 공교육 정상화 및 발전을 위한 교육개혁을 구상하고 설계하는 일은 학교 안에서나 밖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교육개혁을 기본적으로 추진하는 주체는 학교에서 실제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와 학교경영 담당자이며,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이다. 최근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학교교육은 여전히 교육의 주류이며, 교육개혁의 성패는 기본적으로 학교교육에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교육개혁의 궁극적 목적은 미래 한국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덕·체를 겸비한 경쟁력 있는 ‘건강한 한국인’을 육성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교사는 모든 학생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해 지적 수월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교육하되, 지식편중 교육을 지양하고 전인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학교장은 학교조직 운영의 책임자로서 학교수준의 교육개혁 목표와 중점과제를 제시하고, 교육개혁 추진을 위한 제반 인적·물적 조건을 정비·확립해야 한다. 학생은 교육의 대상이며 피교육자의 입장에 있음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학생들은 장차 한국사회를 이끌어 갈 주역으로서의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학교교육 활동에 능동적·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듯 학생·교사·교장의 교육공동체인 학교가 ‘좋은 학교’로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고, 그런 학교를 만드는 과정과 방향을 선도하는 원리는 어떤 것들이어야 하는지 탐색하고 실천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좋은 학교’의 가장 우선적인 조건으로는 헌신적이고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사진을 거론할 수 있다. 잘 가르친다는 말은 수업과 같은 학교의 주요 활동을 그 활동의 본질적인 취지와 성격에 부합되게 이끌면서 학생의 참여 동기와 활동 과정의 재미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과 학교에 대한 책무를 소중히 여기고 그 이행에 헌신하려는 사명 의식이 잘 가르치는 행위의 기반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훌륭한 교사가 확보된다면 학교의 운영은 가능한 한 그들의 자율을 인정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특히 학교교육의 핵심인 교육과정 운영이 그러해야 한다. 학교에서의 평가방식은 다양해야 하고 평가에서의 중요한 준거는 교사의 전문적인 판단이어야 한다. 학교장의 권위는 교장이라는 직위에 의해 유지되기보다 교장 개인이 지니고 있는 리더십, 특히 수업을 포함한 교육과정 운영과 관련한 리더십을 통해 유지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학교와 학부모 나아가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원만하고 협력적으로 구축돼야 한다. 학교구성원들이 뚜렷한 목적의식을 공유하고 있어야 하고, 구성원 간 인간관계는 협력적이고 인간적이어야 하며, 서로에게 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

어떤 학교를 좋은 학교로 볼 것인가에 관한 판단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 교과 시험 성적이 ‘좋은 학교’를 판정하는 한 가지 중요한 준거가 된다고 보는 전통적 관점으로부터 현대에는 학생의 개인적·사회적 발달도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고 믿게 됐다. 또한 교육의 책무성이라는 측면에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갖게 되느냐 하는 데서 찾는 사람들도 있다. 좋은 학교를 판단하는 기준이 복합적인 것임에 틀림없고 또 사람들은 자신의 특수한 처지에 입각해 이상적인 학교유형을 말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오늘의 사회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바라는 좋은 학교는 결국 전인교육 내지는 개성을 억압하지 않는 ‘행복한 학교’ 유형이라는 관점이다,
이와 같이 제시한 ‘좋은 학교’의 조건들을 바탕으로 실제 ‘좋은 학교’로 변화되고 인정된 학교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범지역사회단체 특히 신문·방송 매체가 이러한 학교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며, 다른 학교들에게도 ‘좋은 학교’를 만드는 의지와 동기를 강화해주는 역할이 기대된다.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교육시책들, 예컨대 초·중·고의 기초학력 검사, 고교다양화, 사교육비 절감 대책, 교원평가제 등도 ‘좋은 학교’를 만들어 공교육을 정상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도와주는 기능을 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교원은 수단적 존재로 인식하기보다 주체적 위치에서 그 역할을 능동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앞으로 ‘좋은 학교’를 만들려는 의지와 노력이 강화되고, 이를 통해 우리의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도록 우리 모두 협력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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