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의 쌀쌀한 바람이 하우스 문을 열자 형형색색의 봄바람으로 바뀐다.

파주시 광탄면에 위치한 3천300㎡(2천400평) 규모의 러브앤드플라워 농장엔 임파티엔스, 토레니아 등의 꽃들로 이른 봄이 찾아왔다.
봄에는 버베나, 여름에는 토레니아, 가을·겨울에는 포인세티아를 생산해 1년 365일 꽃과 함께라 행복하다는 이민근(29)대표를 만났다.

 # 꽃은 내 운명

화훼농장을 하던 아버지와 조경 일을 하던 외가 식구들과 함께 자란 이 대표에게 꽃이란 어렸을 때부터 친구이자 운명이었다.
고양고등학교 도시원예과를 졸업하고 한국농업대학 화훼과에 입학한 이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꽃이 좋아 당연히 부모님을 이어 꽃 재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실 운동(복싱)을 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역시 나의 운명은 꽃이란 걸 깨닫고 농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직장을 다니면 사람들과 많이 마주치지만 농업을 하면 사람들과 멀어지기 쉽기 때문에 정말 좋아한다면 스스로가 감수하고 해야 할 부분이다. 자기 사업을 한다는 마음으로 출발한다면 언젠간 승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

꽃이 좋았지만 재배하고 판매하는 것만으론 발전이 없었다. 꽃은 대중성이란 부분에선 큰 장점이지만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선 단점일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장미 같은 절화의 경우 꽃만도 수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기르고 있는 분화들은 꽃병까지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물류비가 많이 들어 수입이 거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꽃을 기르는 것은 하루 이틀 안에 되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고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멀리 봤을 때 자연, 생명산업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농장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꽃에 대한 애정은 다양한 활동으로도 증명됐다.

네덜란드에서 화훼 재배 하우스 경영기술 교육을 받고 신세대 농업 CEO 교육을 이수했으며, 2008년 고양시 4-H연합회장을 역임하면서 꽃에 대한 지식을 넓혀갔다.

이 대표는 “네덜란드에서 배운 위생교육이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꽃은 매우 예민해 사람의 손에 의해 균이 전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이지만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친척들에게 배울 것이 많지만 의지하지 않는다는 이 대표는 “꽃 재배도 한 하우스 내에서 아버지와 따로 하고 있어 때론 배우고 때론 경쟁하며 나만의 노하우를 쌓고 있다”고 덧붙였다.

 

   
 
# 위기는 나의 힘

이 대표라고 항상 고공행진만 하진 않았다.

올해 초 물을 담아두는 베드가 불에 타면서 이 대표의 농장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이 대표는 “그 당시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내부에 있는 꽃들이 많이 타고 거의 상품으로 팔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때 포기하지 않았다. 이것 또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물 주는 일부터 다시 시작했다. 내 분신처럼 아끼고 가꾸다 보면 언젠간 다시 일어날 거라 다짐했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더 먼저 일어나 분갈이, 스프레이, 양액 공급 등 기본적인 일부터 시작해 농장을 다시 일으키려 애썼다.

이 대표는 “이때를 계기로 오늘 할 일은 절대 내일로 미루지 않는 나만의 철칙이 생겼다”며 “꽃이라는 특성상 균이 침투하면 단기간 내 전염돼 재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철저히 관리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러한 노력에 러브앤드플라워 농장은 다시 한 번 만발한 꽃과 함께 봄을 맞이했다.

 # 꽃, 보는 즐거움을 위해…

자신의 주종목은 꽃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일이지만 꽃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쁨을 주고 싶다는 이 대표.
그는 한국포인세티아 연구회 총무를 맡으며 꽃 전시에 대한 즐거움에 눈을 떴다.

이 대표는 “총무를 맡아 자금관리, 포장지 관련 업무 등 전체적인 것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작년 꽃 전시회를 했는데 모든 것을 기획하고 관리, 홍보했고 꽃이란 보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 계기로 이 대표는 나중에 조금 더 배우고 난 뒤 작지만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나만의 꽃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이 대표는 “자기가 키운 식물은 한눈에 딱 알아볼 수 있다. 언젠가 길을 가다가 다른 사람들이 카페에 진열돼 있는 내가 키운 식물을 보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너무 보람 있었고, 이를 계기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꽃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꽃 디스플레이에 대한 부분을 더 많이 공부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 발로 뛰는 리더

이 대표에게 3천300㎡ 온실은 너무 좁다.
이 대표는 “나보다 농사를 잘 짓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경영하는 농장들을 자주 방문해 나와 어떤 점이 다른지를 항상 생각해보고 연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꽃을 재배하고 기르는 것에 기본적인 부분은 매뉴얼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 4-H활동으로 만난 친구들과 고민 상담도 하고 조언도 해주고 있다는 이 대표는 “이곳에는 처음 농업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 했던 친구들이 많다. 비슷한 업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만나면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꽃 브랜드를 구축해 10년 뒤 경매에 나가면 모든 상인들이 인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 대표. 그의 꿈이 실현될 때가 머지 않았음을 느끼며 흐르는 그의 빛나는 땀방울에서 한국 농업의 희망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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