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저자 구희연·이은주. 거름 출판. 229쪽. 1만2천 원.
“화장품이 온갖 화학 첨가물 덩어리라는 것을 아시나요?”
매일 아침 클렌징 폼으로 세안하고 스킨·로션으로 얼굴을 정돈하고 여기에 에센스, 메이크업베이스, 파운데이션, 아이라이너, 아이섀도, 마스카라 등등을 바르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분노할 만한 일이다. 어째서? 왜? 돈과 정성, 시간을 들여 하는 화장이 독이라는 얘길까?
화장품의 경악할 만한 비밀을 담은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많이 바를수록 노화를 부르는)’이 출간됐다. 화장품 회사에 근무하다 회의를 느끼고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에서 본격적으로 화장품을 연구한 저자 구희연, 이은주 씨는 무분별한 화장품 사용을 두고 ‘온몸에 독을 바르는 일’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비교적 순하다고 알려져 있는 파우더 등 유아용 화장품에도 여러 종류의 유해 성분이 들어가 있다. 또 그나마 믿고 있는 천연 화장품조차 우리나라에는 뚜렷한 기준이 없어 화장품 회사가 이름을 붙이기 나름이라는 설명.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화장품을 살 때 화장품에 첨가된 성분을 꼼꼼히 따져보거나 이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소비자는 극소수일 뿐이다. 성분들의 이름이 어렵다는 이유는 차치하고라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고를 때 성분보다는 색, 향, 기능성 인증 여부 등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것이 얼마나 무지한 선택인지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특히 “그나마 색조 화장품은 피부 깊숙이 스며들지 않도록 개발하기에 덜 위험할 수 있지만 기초화장품은 그야말로 피부가 ‘먹는’ 것이기에 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기초화장품에는 색소나 향료가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어 가급적 유해 성분이 덜 들어간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소비자들은 시원해 보인다는 이유로 발암성이 의심되는 색소가 가득한 파란색 스킨에 상쾌한 향이 나는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
여기에 석면만큼이나 두려운 유해 성분들은 화려한 광고와 이미지 메이킹 전략을 통해 자연주의 혹은 천연 화장품이라고 알려져 있는 업체들의 제품에서도 무수히 발견되고 있단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성분임에도 ‘대안이 없다’는 표면적 이유와 그만큼 ‘저렴한 대체 성분을 찾을 수 없다’는 실질적 이유로 여전히 쓸 수밖에 없다는 화장품 업계의 논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파라벤, 아보벤젠, 이소프로필알코올, 소디움라우릴황산염 등 위험성이 가장 높은 20가지 화학 성분들만이라도 피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화장품의 전 성분 표기를 확인해보면 이러한 유해 성분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저자들은 조언한다. “현재 화장품에서 독성을 뺄 기술은 없다. 화장품을 최소화하는 수밖에”라고.

잘가요 언덕

   
 

저자 차인표. 살림 출판. 232쪽. 1만 원.
선 굵은 연기와 사회봉사로 폭넓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배우 차인표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소설 ‘잘가요 언덕’을 출간했다.
열여섯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훈 할머니’의 이야기를 TV에서 접하고 펜을 잡은 지 꼬박 10년. 그 동안 작가는 백두산 현지 답사와 꼼꼼한 자료 조사를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말벗이 돼 그들의 아픔을 함께했다.
1930년대 백두산 자락의 호랑이마을. 엄마를 해친 호랑이를 잡아 복수하기 위해 호랑이마을을 찾아온 소년포수 용이, 촌장댁 손녀딸 순이, 그리고 일본군 장교 가즈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온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춘 소설은 ‘평화’와 ‘용서’라는 주제의식을 하나의 속도감 있는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다시 떠올리기조차 힘든 시절을 버텨낸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 써내려 갔다는 이 소설에는 타인의 슬픔에 공명하는 저자의 예민한 감성은 물론, 아직 채 치유되지 않은 민족사의 상처를 응시하는 저자의 진중한 시선이 담겨 있다.

나는 오직 글 쓰고 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저자 원재훈. 예담 출판. 568쪽. 1만5천 원.

   
 

시인 원재훈이 만난 21명의 시인과 소설가의 숨겨진 이야기.
정현종, 성석제, 윤대녕, 은희경, 공지영, 김연수, 신경숙 등 작품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던 이 시대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직접 말하는 그들의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 작가가 되기까지 지나온 인생길, 작품에 관한 이야기, 글쓰기의 행복과 고뇌, 삶과 사랑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담았다.
저자의 감성과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이뤄진 인터뷰들은 주로 작가들의 작업실이나 집, 카페나 술자리에서 이뤄졌다. 덕분에 책은 그들 일상의 작은 흔적까지도 담아낸다.
저자는 시인의 감성과 작가로서의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작가들과의 만남, 그 작가의 작품 속의 말과 글의 행간을 읽어낸다. 또한 깊이 있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글은 마치 스물한 명의 작가가 쓴 산문집을 보는 듯 각자의 색깔을 잘 녹여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들의 작업실 풍경, 서재, 삶의 터전, 일상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는 사진들을 비롯해 중간 중간 삽입된 작가들의 대표 시와 소설 속 문장을 다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