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저자 김태형. 역사의 아침 출판. 380쪽. 1만5천 원.
정조는 할아버지 손에 아버지를 잃었으며 연산군 또한 어머니가 폐비되는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한 사람은 역사의 성군으로 남아 있고 또 한 사람은 폭군으로 기록됐다. 두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자 김태형 씨는 책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를 통해 정조와 연산군, 이이와 허균 등 조선시대를 살았던 문제적 인물들의 성격적 특성을 분류하고 성격이 인생에 끼친 영향을 짚어봤다. 이들의 성격 특성을 분류한 잣대는 칼 융(Carl G. Jung)의 심리적 유형이론에 기초한 ‘성격이론’이다. 사람의 성격을 내향(I)-외향(E), 감각(S)-직관(N), 감정(F)-사고(T), 실천(J)-인식(P)이라는 네 쌍의 조합으로 분류하는 이 성격이론을 바탕으로 저자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조는 ‘전략가(INTJ)’형, 연산군은 ‘어린아이(ENFP)’형이다.
먼저 정조는 ‘전략가’라는 성격 특성으로 인해 불리한 환경에서도 백성을 위한 개혁사상을 받아들이고 개혁정치를 줄기차게 밀어붙일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 같은 성격 형성이 유년시절 아버지 사도세자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게서 제대로 된 양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덕분에 정조는 뛰어난 감정통제능력, 세상에 대한 신뢰감, 최소화된 분노감정, 자기반성 능력 등을 지닐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연산군은 생애 초기에 안정된 양육을 받지 못하고 왕이 되기까지 생존 위협에 시달렸기 때문에 세상에 대한 불신감, 정서불안, 애정결핍, 자신감 결여, 방어적 태도, 의존심, 심한 분노감정 등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저자는 “어린아이형은 예술가나 연예인 등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성격 특성”이라며 “어린아이형의 성격 특성을 지닌 연산군이 조선시대에, 그것도 왕의 후계자로 태어난 것 자체가 불행의 씨앗”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저자는 굴곡 많은 삶을 살다 간 이이와 허균을 각각 ‘전략가(INTJ)’형과 ‘지도자(ENFJ)’형으로 구분했다.
특히 훌륭한 어머니의 대명사인 신사임당의 아들이었던 이이가 사회불안에 시달려야 했던 이유, 최초의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의 저자이자 개혁주의자였던 허균이 ‘은둔’과 ‘공명’ 사이에서 방황해야 했던 이유를 심리학적 측면에서 접근한다.
저자는 “책을 집필하면서 역사학과 심리학의 적절한 만남이 창조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새삼 확인했다”며 “이제 그 결과의 타당성에 대한 판단과 검증은 심리학계와 역사학계 그리고 독자들께 맡긴다”고 말했다. 
 

데드라인에 선 기후

   
 

저자 프레드 피어스. 에코리브르 출판. 382쪽. 1만8천 원.
축적된 지구온난화의 증거와 그것이 가져올 극적인 영향들에 관한 보고서. 기후변화에 대해 20년 동안 글을 써 온 영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프레드 피어스가 현재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기후변화가 단순한 환경 위기가 아니라 우리의 문명과 우리 종의 생명부양 시스템 전체를 위협하는 위기임을 강조한다.
특히 지구온난화의 여러 원인들을 규명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구 속에 잠재된, 폭발적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일으킬 수 있는 것들을 살펴보는 한편, 지구의 기후 시스템을 거론한다.
또한 기후변화를 연구해 온 학자들과 함께 기후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설명했으며, 저자는 이를 통해 지구 기후의 동력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기후변화를 조종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쿠오바디스 한국경제(이준구 교수의)

   
 

저자 이준구. 푸른숲 출판. 327쪽. 1만5천 원.
‘미시경제학’의 저자 이준규 교수의 첫 경제 시론. 지난 26년 동안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며 그 외의 활동과 거리를 유지해 온 저자는 책 ‘쿠오바디스 한국경제’를 통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대운하사업, 종합부동산세 개편, 한미 FTA, 주택정책, 경기부양책, 교육개혁 등을 분석했다.
지난 3년,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집중적으로 집필한 그의 글은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가로지르는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보여준다.
대운하, 녹색뉴딜, 한미 FTA 등 경제 현안과 관련, 정책에서 주장하는 핵심이 무엇이고 그것이 경제적으로, 그리고 상식적으로 타당한지를 낱낱이 들춰냄으로써 경제를 읽는 눈을 제공한다. 스스로를 시장주의자라고 말하는 저자는 합리적 시장주의라는 한국경제의 지향을 제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법은 사회의 브레이크인가 엔진인가

   
 

저자 에마뉘엘 피라. 모티브북 출판. 399쪽. 2만1천 원.
프랑스의 변호사이자 법대 교수인 에마뉘엘 피라의 법철학 입문서. 엄숙하지만 모순 투성이인 법과 그 체계를 이야기함으로써 법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먼저 1부에서는 세속주의 공화국인 프랑스 법 이론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본 후 과거의 이론들이 보이지 않게 숨어 있을 뿐 현재의 법률과 법정에 현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부에서는 어려운 법률 용어, 변호사, 판사 등 엄숙주의에 물든 법의 문제점과 문학이나 영화를 통한 법 이야기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또 3부에서는 넘쳐나는 법 조항들과 일관성 없는 법이 가져온 과오와 실책 등을 지적하고, 마지막 4부에서는 인종 차별, 검열, 시민불복종, 낙태 등 현재 사회 논쟁의 중심에 있는 법리적 이슈들을 다룸으로써 법의 사회적 의미와 역할을 재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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