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 원짜리 명화 ‘벽안도’ 복제를 둘러싼 사기극, 영화 ‘인사동 스캔들’이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 동안 한국 영화에서 다룬 적이 없었던 매력적인 소재로 인해 시쳇말로 ‘대박난 영화’ 타짜와 비견되며 기대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조선시대 화가 안견이 안평대군을 흠모하다 그린 그림 ‘벽안도’가 400년 만에 발견됐다는 소식으로 시작한다. 이를 손에 넣은 갤러리 비문의 회장 배태진(엄정화)은 ‘신의 손’이라 불리는 천재 복제가 이강준(김래원)을 스카우트한다.
하지만 배태진과 이강준은 각각 다른 속셈이 있고, 이들 주변에는 인사동의 살아있는 족보라 불리는 권마담(임하룡)이나 자신의 매력적인 미모를 한껏 이용하는 팜므파탈 공수정(최송현), 사기·공갈·절도의 귀재 상복(마동석)·근복(오정세)형제, 장안동 밀거래상 곽사장(지대한) 등이 맴돈다.
신예 박희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무엇보다 볼거리에 꽤나 많은 공을 들였다. 제작진에 따르면 갤러리 비문을 비롯한 세트 비용에만 5억 원을 들였고, 그림 300점을 공수하는 데 5억 원이 들어갔으며, 다양한 소품에 1억7천만 원이 투입됐다.

때문에 최첨단 복원실과 허름한 가짜 그림 공장, 강원도 산골에서 진행되는 복원과 복제 과정이 눈길을 끌고 인사동 골목과 골동품점, 지하경매소, 일본 갤러리를 부지런히 오가는 장면들도 눈요깃거리를 준다.

특히 전북 부안에 세트로 만든 창덕궁 승화루에서의 벽안도 공개 행사와 벽안도, 강화병풍, 송태수 자화상 등 실제 작가들이 그린 그림들도 큰 볼거리다.
하지만 화려한 볼거리에 비해 극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너무 많은 인물과 이야기를 한 편에 담으려는 욕심은 이들의 사연에 많은 시간을 할애, 정작 벽안도 사건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름답고 카리스마 넘치는 악랄한 화랑주 역을 맡은 엄정화는 그 동안의 건강하고 섹시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연기를 펼친다. 고아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유학한 천재 복원가 이강준 역을 맡은 김래원 또한 무리 없이 역을 소화했다.
김래원은 영화를 준비하면서 국내 최고의 미술기관인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복원 전문가에게 특별 개인지도를 받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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