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량비행기를 타고 북한 상공을 지나 세계 일주하는 것이 꿈입니다.”
경기관광공사가 주최하는 ‘2009 국제레저항공전’ 홍보대사로 위촉된 산악인 허영호(55)씨가 이번에는 하늘에 도전장을 냈다.
허 씨는 히말라야 8천m급 6좌 등정, 인류 최초 세계 3극점(남·북극점, 에베레스트)과 7대륙 최고봉에 오른 세계적인 탐험가다. ‘모험 앞에 두려움이란 없다’는 그의 못말리는 도전정신은 어릴 적 꿈이었던 하늘로 향하고 있다. 그가 레저항공전 홍보대사로 나선 이유도 꿈을 키워 가는 어린이들에게 ‘마음먹기에 따라 두려움은 없앨 수 있다’는 진리를 몸소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는 오는 5월 1일부터 5일까지 안산 시화호 일대에서 열리는 국제레저항공전을 통해 초경량비행기 운항 시범 등 다양한 활동으로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창공에 그리는 꿈과 희망’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번 항공전은 단순히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바라보는 기존의 에어쇼와는 크게 다르다. 어린이들이 직접 비행을 경험하고, 경량비행기 조립까지 체험하면서 모험심과 꿈을 키울 수 있는 쌍방향 행사다.

100여 대의 비행기가 행사 기간 내내 하늘을 수놓고 이탈리아와 일본에서 초청된 곡예 비행사들의 아찔한 묘기도 관람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허 씨는 이번 항공전이 어린이들에게 모험심을 심어줄 수 있는 참교육 현장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 파일럿 허영호의 꿈
“어려운 것이든 쉬운 것이든 무엇인가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레저항공전을 통해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꿈을 잃지 않고 항상 노력하는 정신을 배웠으면 해요.”
산악인으로서 한계를 극복한 탐험에 성공한 그였지만 파일럿이 되고픈 욕망을 떨칠 수 없었다. 그는 1998년 초경량항공기 조종면허증을 따면서 산악인 허영호가 아닌 파일럿 허영호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매년 10차례 이상 비행훈련을 하며 궂은 날씨와 바람에 적응한 그는 국내 최초 초경량비행기 국토종단을 목표로 새로운 모험을 계획해 왔다. 하지만 그의 첫 도전은 생명을 잃을 뻔한 아찔한 상황을 맞으며 실패로 돌아갔다. 2007년 새해 첫날 경기도 여주에서 제주까지 경비행기 단독 비행에 나섰다가 뜻하지 않은 기체 결함으로 해상에 불시착했다. 전남 청산도 부근에서 어선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지만 주변에 큰 걱정을 안겨줬다. 이 같은 근성으로 그는 지난해 4월 28일 같은 구간 왕복 1천㎞에 달하는 단독 비행에 재도전했다. 결과는 보기 좋은 성공.
공주, 전주, 목포, 완도 상공을 거쳐 이륙 3시간 만에 제주도 상공에 도착한 뒤 오후 3시쯤 7시간여 만에 여주로 돌아왔다. 그는 여세를 몰아 같은 해 9월 26일 독도 상공 비행에 성공했다. 이날 오전 7시 30분 서울 한강 광나루축구장을 이륙한 그는 오전 11시쯤 독도 상공에 도착했다. 도착 후 30여 분간 섬 주위를 선회한 뒤 울릉도 착륙에 성공, 주민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최초 경량비행기 독도 비행 성공’, ‘울릉도에 착륙한 최초의 비행기’라는 기록도 추가했다.

“이제는 국내가 아닌 세계 일주에 도전하고 싶어요. 북한 상공을 나는 것도 목표 중 하나입니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최고봉 도전에 멈추지 않고 아예 하늘로 향한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다음은 허영호 홍보대사와의 일문일답.
-산악인에서 파일럿으로 도전한 이유는.
▶어릴 적 꿈이 파일럿이었다. 최고봉과 3극점이란 도전을 하고 나니 새로운 도전이 하고 싶어져 마침 꿈꿔 오던 비행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10여 년 전 이미 초경량비행기 조종면허를 취득했고, 꾸준히 훈련을 해 왔다. 조종간을 잡고 바람을 타는 비행은 꼭 산 정상에서 느끼는 희열과 흡사하다. 자연의 위대함에 도전하는 스포츠에 매력을 느낀다. 비행 역시 궂은 날씨, 거센 바람과 싸우는 멋진 스포츠다.

-2007년 경기도 여주에서 제주까지 1천㎞ 국토종단 도전에 실패했는데 두려움은 없었는가.
▶모험가에게는 ‘최초’라는 말이 참 달콤하게 들린다. 물론 기록을 위한 도전은 아니지만 남이 해 보지 않은 것을 처음 해 본다는 것은 나에게 무척 중요하다. 초경량비행기를 몰고 국토를 종단한 조종사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도전하고 싶었다. 물론 기체 결함으로 전남 청산도 해상에 불시착했을 때는 아찔하기도 했지만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다음 해 성공은 한 번의 실패 때문에 더욱 소중했다.

-독도와 울릉도 비행도 최초라고 들었는데.
▶지난해 9월 초경량비행기로는 최초로 독도 상공 비행에 성공했다. 너무나 짜릿한 순간이었다. 30여 분간 하늘에서 독도를 내려다본 뒤 울릉도에 연착륙했을 때 주민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울릉도에 날게 달린 물체가 착륙한 게 처음이란 주민들의 말을 듣고 기뻤다.

-앞으로의 꿈은.

   
 

▶초경량비행기로 세계 일주에 도전하는 것과 북한 상공을 나는 것이다. 주변에서는 왜 어려운 도전을 계획하고 있느냐는 걱정을 많이 하지만 도전 앞에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내 꿈이 이뤄질 때까지 도전할 계획이다.

-홍보대사로서 레저항공이란.
▶초경량비행기는 ‘레저’ 그 이상이다. 레저항공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모험이다. 바람을 타고 하늘을 가르는 초경량비행기의 짜릿함은 느끼지 않고는 모른다.
국제적으로 레저항공 분야 시장이 거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항공전은 새로운 사업 분야에 대한 경기도의 도전인 셈이다. 어린이들은 비행을 경험하면서 꿈과 도전 정신을 키우고, 어른들은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도전을 시작하는 행사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이번 행사의 궁합이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아이들이 꿈을 버리지 않고 노력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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