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선 객원논설위원(중부대학교 총장)
 현 정부는 출범하면서 교육정책의 기조로 ‘자율과 경쟁’을 표방했다. 국가 사회의 시대적 상황과 요청에 비추어 볼 때 매우 바람직하고 타당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에서는 기술혁신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지식의 생성 및 소멸 주기가 급속도로 단축되고 있어 사회 전반을 하나의 기준과 척도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 과거에는 정부가 주관해 모든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사회의 구조가 다원화, 복잡화, 세분화, 개별화, 국제화됨에 따라서 정부의 주도적 관여만으로는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워 졌다.

이와 같이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의 원천은 인적자원의 개발과 교육에 있다. 선진국가들은 이미 이를 인식하고 경쟁적으로 교육발전을 통한 국가 핵심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교육정책과 관련해 정부가 일일이 개입해 간섭하기보다는 개별집단이나 조직이 자율적으로 교육발전을 추구하도록 지원하며, 스스로 문제를 탐색하고, 대처방안을 모색하도록 하되, 정부는 지시나 간섭보다 정책기조나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지원하는 일에 치중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적 상황에서 새정부가 밝힌 자율과 경쟁의 정책슬로건은 널리 공감과 기대를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부출범 1년이 지나도록 현 정부가 발표해온 교육정책들이 혼선과 불신을 야기시키는 일이 많아져서 학부모들과 교육계에서는 교육의 앞날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단적인 사실을 요즈음 정부의 교육정책에 관한 언론들의 비판적인 보도에서 찾을 수 있다.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이 연일 사교육비 절감 대책에 대한 강경발언을 쏟아내면서 교육현장이 술렁이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를 예시할 수 있다. 즉, 오후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 대입내신반영 비율 축소, 외고 입시개혁(수학, 과학 가중치 폐지), 방과후 학교의 영리기관 위탁운영 등의 발언으로 학부모들은 아이들 교육방식이 또 바뀌는가 불안해 하고, 학교는 학교대로 교육시스템 변화를 짐작하며 긴장해 하고 있다. 더욱이 납득할 만한 충분한 설명도 없이 민감한 정책들을 쏟아 놓으니 그러한 모습이 혼란스럽고 발표된 정책들은 설익어 보일 수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라 이러한 교육정책을 놓고 청와대·내각·집권당 등이 중구난방으로 서로 딴소리 하고 있어 정부하는 일에 대해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 않아도 교육정책은 이해관계자와 국민마다 시각과 견해가 다른 경우가 많아 정부나 여당이 합의해 정책을 추진해도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려운데 하물며 공개석상에서 서로 딴소리들을 내놓고 있으니 국민들이 정부정책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는 한탄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이다. 학생을 대상으로 삼는 설익은 교육정책이 더 이상 되풀이 되면 결국 국가의 미래에 희망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을 심각하게 인식해야만 할 때라고 본다. 사교육비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도 그 대책이 교육현장의 혼란을 야기시켜서는 안 될 것이고, 심지어 이를 두고 정부 기관간 엇박자로 불신을 부추겨서도 안 된다. 따라서 교육정책의 수립과 추진에서 아마추어적 발상과 접근으로서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고질적인 교육문제를 타개할 수 없다는 점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 교육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추진해 왔던 교육정책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잘 살펴보기만 하더라도 이런 상황은 야기되기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 동안의 교육정책들이 순기능적 기대에 치우쳐 역기능적으로 초래될 문제들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한 것이 정책 실패의 커다란 원인이 됐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라고 본다, 정부가 교육정책의 기조는 ‘자율과 경쟁’으로 발표해 놓고 구체적인 내용들은 그와 거리가 먼 규제 또는 획일적인 쪽으로 거론하고 있으니 교육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할 것은 뻔하지 않겠는가.
이명박대통령의 선거공약처럼 ‘사교육비 절반, 공교육 만족 두 배’를 실천하려면 공교육 살리기와 같은 본질적인 과제에 우선적으로 전력투구해야 하며, 규제와 같은 주변만을 건드려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과거의 경험에서 이미 충분히 교훈을 얻지 않았는가.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초·중등학교 또는 대학들을 대상으로 ‘자율과 경쟁’의 성격, 내용, 범위, 행·재정 지원 방안 등의 종합적 방향과 윤곽을 제시하고 교육청이나 초·중등학교, 대학들은 각기 책임지고 스스로 구체화해 추진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특히 정부는 교육정책의 내용과 정책과정을 함께 합리화 시킴으로써 교육정책의 안정과 국민의 신뢰감을 높여야 한다. 정책 내용의 합리화는 가치와 사실적 증거를 통해 타당하고 적실한 정보를 탐색, 창출, 조직, 관리, 활용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으며, 정책과정의 합리화는 정책결정 및 추진의 효율적인 기획과 관리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