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수난사
저자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350쪽. 1만3천 원.
자식의 성공과 출세를 위해 기꺼이 투사가 되는 사람, ‘한국의 어머니’ 이야기가 한국사회의 변천사와 함께 담겼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새 책 ‘어머니 수난사’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어머니는 자식의 성공과 출세를 위해 기꺼이 투사가 되는, 자기희생의 상징이자 실체로 자리잡았다”고 정의한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시대의 이상적 여성상인 열녀·효부·조강지처는 일제강점기의 현모양처를 거쳐 6·25전쟁 이후에는 ‘자기희생’으로 이어지는 강한 어머니로 자리잡게 된다.
먼저 열녀·효부·조강지처로 표현되는 전통사회 어머니는 아들을 낳아야만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과거급제자 아들을 길러냈을 때야 비로소 명예와 응분의 보상을 얻을 수 있었던 옛 어머니들의 모습은 실상 현대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또 저자는 남편 중심의 가족제도인 일본에서 번진 ‘현모양처’는 조선여성을 일제식민지 국민으로 통합하고 서구의 자유주의·사회주의의 침투를 차단하기 위한 일제의 계획된 교육이었다고 지적한다.
6·25전쟁 이후에는 자식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강한 어머니’상이 대두된다. 전후 끔직한 굶주림 속에서도 아이를 먼저 챙기는 ‘강한 어머니’ 이미지는 생계유지도 어렵던 시절에 장려된 다산정책의 부담과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데 일조한다.
‘내 새끼’의 성공과 행복을 강조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이후 ‘치맛바람’과 ‘입시전쟁’에 뛰어든 투사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전통사회 가부장제가 아들을 성공시켜 권력을 인정받았다면 현대판 가부장제 하에서는 “아들 대학이 어디니?”라는 질문에도 기죽지 않는 어머니가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자식을 좋은 집안과 결혼시키고, 자식의 장래를 위해 ‘원정 출산’, ‘기러기엄마’를 마다하지 않는 현대의 어머니를 두고 저자는 ‘현모양처’에서 변모한 ‘전모양처(錢母良妻)’라고 이름 짓는다.
이렇듯 열심히 투쟁하며 살아 왔지만, 지금의 체제라면 어머니는 물론 아버지도, 딸도, 아들도 아무도 행복하지 않고, 모두가 자신을 희생자라고 생각할 뿐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사회적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투사’로서 살아야 하는 ‘어머니들의 수난’이 계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당장 어머니들의 육아 부담을 제도적으로 덜어주는 것이 백날 ‘신자유주의 타도’를 외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신자유주의 극복책이 될 수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어머니가 투사가 돼야만 하는 잔혹한 역사, 어머니 수난의 역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인 없는 살인의 밤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랜덤하우스코리아. 352쪽. 1만 원.
‘용의자 X의 헌신’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스터리 단편집. 인간 내면에 초점을 맞추는 특유의 스타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의 초기작이다.
저자는 사소하게 빗나간 욕망으로 빚어진 끔찍한 비극들을 그림과 동시에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심리드라마와 미스터리, 기발한 트릭 사이를 오가며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며, 특히 극적인 재미와 인간 드라마가 공존하는 히가시노 게이고표 휴머니즘을 보여준다.
‘작은 고의에 관한 이야기’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살의를, ‘어둠 속의 두 사람’은 유아 살해 이면에 감춰진 가족 붕괴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또 ‘하얀 흉기’는 흡연이 불러온 극단적인 불행을 그리고 있으며,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은 사회구조적 문제와 개인의 내면을 아우르는 작품이다.

불평 없이 살아보기

   
 

저자 윌 보웬. 세종서적. 244쪽. 1만1천 원.
‘불평을 근절함으로써 얻게 되는 삶의 행복’을 제안하는 책. 저자는 우선 우리가 무엇에 대해 불평을 하고 왜 하는지, 또 불평이 일상화된 삶이 얼마나 고달픈 것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이를 토대로 불평을 끊을 수 있는 간단한 원칙을 제시, 독자로 하여금 좀 더 슬기롭고 즐거운 삶을 살아갈 것을 조언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고무 밴드를 한쪽 손목에 끼우고 있다가 불평을 했을 경우, 다른 쪽 손목으로 옮기라고 제시한다. 21일 동안 불평을 참음으로써 고무 밴드를 다른 쪽으로 옮기지 않고 계속 유지하게 된다면 불평은 말끔히 사라질 것이라고 역설한다.

미국 미주리주에서 목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2006년 ‘인간이 겪는 모든 불행의 뿌리에는 불평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불평 없는 세상’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세상에 만연해 있는 불평을 근절하자는 의식 개선 프로그램을 전개해 왔다.

넛지: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저자 리처드 탈러. 리더스북. 428쪽. 1만5천500원.
암스테르담 공항에서는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 놓는 아이디어만으로 소변기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변량을 80%나 줄일 수 있었다. 이곳에는 경고의 말이나, 심지어 파리를 겨냥하라는 부탁조차 없었지만 인간 행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경제학계에 행동경제학을 널리 알린 경제학자와 법률정책자인 두 저자는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선택설계의 힘을 ‘넛지(nudge)’라 부르며 새롭게 정의한다. 여기서 넛지란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한다.
인간은 개인투자에서부터 자녀교육, 식생활, 자신이 옹호하는 신념에 이르기까지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지만 부적절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또 인간이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가 갖가지 편견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체계적으로 틀리는 방식을 연구해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 내는 방법을 다양한 예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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