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은 내겐 운명.”
가평군 가평읍 하색리에는 ‘수흥목장’이 있다. 집 앞마당 격인 6천611.6㎡(2천 평) 크기의 땅에는 달콤한 흙내음과 함께 160여 마리의 소가 있다. 뒤로는 겹겹이 싸인 푸른 산과 나무들이 펼쳐져 있다. 그 ‘수흥목장’ 우사 한편에 20대의 젊은 농업인이 소들에게 볏짚을 주고 있다.
올해로 농업인 3년째에 접어든 ‘수흥목장’의 최희범(25)대표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소 젖을 짜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수많은 소들과 시간을 보내다보면 해는 어느새 중천에 떠 있다. 소들과 동고동락을 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그를 만나봤다.

 # 축산업은 운명

현재는 젖소 120마리, 한우 40마리를 이끄는 어엿한 대표지만 그도 어린 시절에는 여느 학생들처럼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특별하게 운동을 잘한다거나 공부에 소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최 대표는 “누구보다 빨리 성공하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내 자신이 가장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꿈이 무엇인지 생각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최 대표에게 그 꿈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아버지가 해 왔던 축산업의 대를 잇기로 결정하고 한국농업대학 축산과로 입학한 것이다. 유년 시절부터 소는 그에게 친구나 다름없었다. 힘들 때나 즐거울 때나 언제나 그의 옆에 있었던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는 “물론 나 혼자라면 여기까지 오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라며 “사실 농업이라는 게 영농기반 없이 시작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런 면에서 나 같은 경우는 복 받은 경우다. 부모님께 항상 감사하다”고 말했다.

   
 
가끔 그는 도시의 직장인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연과 벗삼아 생활한다는 자체가 그들과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최 대표도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시스템은 마찬가지다. 하루 기본적으로 4시간 이상 소젖을 짜고, 그 밖에 소에게 먹이 주고, 관리를 하다 보면 해는 어느새 중천에 떠 있다.
그는 “정해진 사이클을 살아가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도시 사람들이 가끔 휴가를 받아 느끼는 자연의 로망과 낭만을 난 항상 가질 수가 있다. 그건 그 어떤 것보다 큰 재산”이라고 말했다.
2006년 한국농업대학 축산과를 졸업한 그는 현재까지도 그곳에서 만난 농업인들과 활발히 교류 중이다. 무엇보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소에 대한 다양한 공부를 하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도 그 지역에 친구가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며 “또한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어 각 지역정책 등을 교류하면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한다.

  # 시련의 극복
 
물론 그가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달리며 마냥 순탄하게 온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배웠던 이론과 졸업 후 경험했던 실제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곳에서 시련을 극복하는 방법까지 가르쳐 주지는 않았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야지만 진정한 농업인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최근 자신의 목장 뒤로 경춘선 복선공사 발파작업이 있었다. 당시 스트레스로 소의 절반 정도가 유산을 하는 등 금전적으로 따질 수 없는 만큼의 손해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게 돈보다 소중한 것은 소의 죽음이다. 더 이상의 발파작업은 없어 고비는 넘겼지만 항상 불안한 상태다.
최 대표는 “처음부터 잘된다는 생각은 안했다”며 “하지만 그 계기로 ‘소의 생리’에 대해 좀 더 세심히 공부하고, 더 자세히 보려는 눈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 대표에게 그 시련은 젊은 나이의 그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자극제였다.

 
 # 보다 큰 꿈을 위해

최 대표는 절대 어느 한 곳에 안주하지 않는 농업인이다. 25세, 아직은 한창 배우고 일할 나이다. 시골에서 산다고 남들보다 뒤처지는 게 싫어 재테크 공부를 하고, 영어 공부도 한다.
그는 “아직 배울 것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다”며 “영어는 필수다. 젖소 정보도 영문으로 먼저 나오기 때문에 가장 빠르게 정보를 얻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앞으로의 더 큰 꿈은 지금의 수흥목장의 영역을 더 크게 확대시키는 것.
수도권과 가까운 경기도 지역적 특성을 활용하고 싶다고 한다. 무엇보다 관광객들이 주말에 편히 와서 쉬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생각이다. 젖소 우유짜기 체험, 자신이 직접 만든 치즈 판매 등이 그것이다. 그는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수흥목장을 만들고 싶다. 서울과도 가까운 지역인 만큼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달부터 시작되는 호주·뉴질랜드 FTA협상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들 나라로부터 낮은 관세로 들여오는 축산물 가격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호주나 뉴질랜드가 물량과 가격으로 공격해 온다면 우리나라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비판했다.

최 대표는 마지막으로 “현재 경제가 어렵다보니까 수익이 투자금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작년에 비하면 수익이 은행이자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땀 흘리는 것만큼 나오는 것이 농업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수흥목장’ 최희범 대표, 그의 몸에서 어느새 달콤한 흙내음과 같은 농업인의 향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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