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본보 20면에 연재된 인천대 박정동 교수의 ‘EBS(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를 다녀와서’ 등반기 중 제작 실수로 5월 2일분 등반기가 누락됐습니다. 이에 전체 글의 명분과 성취도 확립을 살리기 위해 당일분 글을 오늘 게재합니다. 박 교수님과 등반 관계자 여러분에게 사과드립니다. 편집자 주>

 # 5월 2일
 
오늘부터 하산이다. 트레킹도 이제 막바지로 간 느낌이다. 아쉬움과 안도감이 교차한다. 아침 식사 후 칼라파타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난 후 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이제야 고소가 오는 것인지 나도 식욕은 물론이고, 머리가 너무 아팠다. 하지만 여기서 쉴 수는 없었다. 하산길이라 좀 천천히 움직였다. 하산 중에 커다란 눈사태가 발생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인명피해(사망)로 연결됐다고 한다. 역시 에베레스트는 쉽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내려오다가 박영석 님이 14좌 도전 시 숨진 한국 산악인 2명의 추모동판을 보면서 더욱더 숙연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 히말라야의 하늘에 맑은 영혼으로 남으소서….
돌무더기 가득한 창그리 빙하를 지나 노부제로 신나게 내려갔다. 발걸음이 가벼웠고, 마음도 편했다. 노부제에 도착해 점심 식사를 한 후 다시 길을 재촉했다. 고락셉에서 2명의 포터와 어제 내려온 교수가 노부제에 머물고 있었다. 어제도 2명의 포터 덕에 겨우 내려왔는데 지금은 걷기는 물론, 의자에 앉아 있기도 불가능해 보였다. 식사도 하지 않고, 약으로 지금까지 버틴 한계인 것 같았다. 헬리콥터도 생각은 했는데 비용 문제 때문에 말을 불렀다. 대신 마부, 셸파 1명, 포터 1명, 이원록 대원(인천대학교 산악부 에베레스트 정상 등정 준비위원장, 캠프2까지 갔다가 기침 증세 때문에 하산, 휴식을 취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결국 수년 동안 준비한 에베레스트 정상 공격을 포기, 초기 하산 때에는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로 심적 고통이 컸다고 한다.) 등 4명이 꽉 붙들고 내려가기로 했다. 안장에 앉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무사고를 기원할 뿐이다.

페리체 계곡으로 내려서기 전, 포터들의 무덤이 있는 언덕까지는 일사천리로 내려왔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페리체쪽 풍경은 시원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넓은 페리체 계곡과 벽처럼 버티고 서 있는 아마다블람. 나야 하산 중이지만 이제 올라오는 사람들이야 이 언덕이 얼마나 가파르게 보일까. 아니 진짜 가파른 오르막이 길게 길게 이어져 있다.

페리체 계곡으로 내려서자 널따란 분지 형태의 지형이 주변의 설산과 어울려 장관을 연출했고, 설산으로 둘러싸인 갈색의 초원 위에서는 야크들이 풀을 뜯고 있는 평화로운 풍경이 이어졌다. 노부제에서 자진 하산한 모 교수님과 페리체에서 만났다. 지난 시간 동안 주변의 몇 군데를 혼자서 산행했다면서 멋진 경치 이야기를 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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